“기후위기 티핑포인트 임박… 인류의 사활이 걸린 문제”

[논설위원의 이슈&톡] 반기문 기후환경회의위원장 인터뷰

지난 7일 집무실에서 '#Clean Air For All(모두를 위한 맑은 공기)'이란 글이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터뷰를 하는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반 위원장은 기후변화가 벼랑 끝에 서 있는데도 정부도, 기업인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최현규 기자

온실가스 배출이 초래한 기후위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적이고도 긴박한 위협이다. 호주 미국 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시베리아 등 고위도 지방의 이상 고온현상, 세계 각국을 덮친 기록적인 폭우 등 자연재해는 기후변화가 불러온 재앙이라고 기후환경 전문가들은 앞다퉈 경고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지구의 기온을 높이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를 이끄는 반기문 위원장을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있는 집무실에서 만나 기후위기의 실태, 바람직한 대응 방향, 정부·기업·시민들의 역할 등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기획재정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 등 6개 부처 장관과 광역·기초 자치단체장협의회 대표, 전현직 국회의원, 산업계·시민사회단체·학계 등에서 위촉한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범국가기구로, 대통령에게 미세먼지 문제 해결과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반 위원장은 “기후위기는 대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정도로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치권과 정부는 정치적 책임을, 일반 시민들은 미래세대를 위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서 다 함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충격이 워낙 커 미세먼지나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 같은데.

“코로나19와 기후변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사스, 에볼라, 메르스, 지카, 코로나 등의 질병은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 기후위기에 잘 대응했다면 코로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기후위기가 한계에 와서 티핑 포인트(급변점)에 도달하니까 질병이 더 극성을 부리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

“절벽 끝에서 떨어지기 직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해결 방안을 찾는 데 더이상 지체해서는 안 되는 상황까지 와 있다. 유엔 사무총장을 마친 후 처음으로 지난해 4월 로마에서 교황을 뵌 적이 있는데 ‘코로나가 자연의 징벌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의 인간사회에 대한 대응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말씀하셨다. ‘신은 누구든 언제든 용서하고 인간은 때때로 용서하지만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우리는 자연의 법칙에 거슬리는 행동을 너무 많이 해 왔다. 더이상 갈 데가 없다. 기후위기 대응은 인류의 생존과 미래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대세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은 온실가스의 주범인 탄소의 배출량을 줄이고 배출한 탄소는 제거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0)로 유지하는 걸 말한다.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해외의 평가는 어떤가.

“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정 당사국으로서 2030년 BAU 대비 37%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BAU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이다). 그 정도 노력은 경제 규모나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국가인 점 등을 고려할 때 국제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2008년부터 10년간 3개 금융기관이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지원한 공적 금융이 10조원이 넘고, 석탄 발전 비중이 40%가 넘는데도 국내에 7기의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것도 논란거리다. 국제사회가 한국을 기후 악당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석탄발전 단계적 감축, 내연기관차 조기 퇴출 등 저탄소 정책을 더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지난달 미세먼지와 기후대응을 위한 ‘중장기 국민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뭔가.

“지속가능발전, 녹색경제·사회로의 전환, 2050 탄소중립이 3대 축이고 29개 과제로 구성돼 있다. 2035년 또는 2040년부터 무공해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또는 무공해차만 국내 신차 판매 허용, 2045년 또는 그 이전까지 석탄발전 제로(0) 달성, 2030년까지 전기요금에 환경비용의 50% 이상 단계적 반영 등 산업과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과제들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10월 제안했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같은 단기처방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경제·사회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차원의 중장기 정책제안을 마련했다.”

-산업과 민생에 충격을 주는 내용이 적지 않다. 자동차 업계가 즉각 반발했는데.

“우려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노르웨이가 2025년,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은 2030년, 독일 영국은 2035년, 스페인 프랑스는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차 위주로 재편되는 추세여서 중장기적으로 내연기관차 시장의 축소는 불가피하다. 내연기관차를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팔 곳이 없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자동차 업계도 당장의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친환경 기술개발 등 환경 존중의 가치를 구체화하는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친환경차 수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기후변화 문제는 산업계에 새로운 위험요소지만 피해갈 수 없는 거 아닌가.

“온실가스 배출과 화석 연료 사용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탄소 국경세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상품 및 서비스 공정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제품을 수입할 때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과 금융사들이 친환경 기업 위주로 거래와 투자를 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또 애플 구글 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RE100 캠페인(자사 필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캠페인)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우리도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을 저탄소 친환경 중심으로 전환하고 정부가 민간기업의 과감한 기술혁신 및 신산업 생태계 육성을 총력 지원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처음 천명한 후 여러 차례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라 각국은 올해 말까지 2050 장기 저탄소발전전략(LEDS)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은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206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고, 일본은 총리가 지난 10월 의회 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하는 등 의지를 보였지만 우리 정부는 그동안 우물쭈물했었다. 외국의 압박이 강해지고 유엔에 보고해야 할 시한이 다가오자 대통령이 일단 선언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추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범정부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포함한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

-기후환경과 관련된 정부 위원회의 통폐합을 제안한 바 있다. 대통령도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는데.

“기후환경을 다루는 정부 위원회가 4개나 된다. 김대중정부가 만든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이명박정부 때 출범한 녹색성장위원회가 있고 문재인정부도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와 국가기후환경회의를 설치했다. 업무가 중복되다 보니 불필요한 절차 반복, 책임소재 불분명, 예산·인력 낭비 등을 초래하고 있다. 통폐합을 통해 탄소중립 추진에 적합한 효율적인 조직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정부가 바뀌더라도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구가 돼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산업계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도 고통과 불편,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하지 않나.

“올여름 역대 최장의 장마, 미국의 대형 산불 등은 인간이 자연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걸 보여준다. 자연에 순응하는 게 최선인데 그러려면 우리의 모든 생활행태를 싹 바꿔야 한다.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개인의 인식과 행태를 비롯해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내재화하고 생활 속 실천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초·중·고교에서 기후·환경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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