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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조두순 응징’ 자경단

한승주 논설위원


자경단. 주민들이 범죄에 대비해 지역 질서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조직한 경비 단체를 말한다. 정부의 치안력을 믿지 못해 주민이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새삼 자경단이 입길에 오른 건 아동 성범죄 흉악범 조두순 때문이다. 그가 누구인가. 2008년 당시 만 8세 아동을 잔인하게 성폭행해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켰던 인물이다.

그가 12일 출소한다는 소식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경단이 활개를 치고 있다. “조두순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시민의 보복이다. 출소 당일 교도소 앞으로 모이자.” 이뿐 아니다. 이들은 조두순이 이사 온다는 경기도 안산의 한 동네에서 숙식하며 집의 정확한 위치를 수소문하고 있다. 사적 폭력은 명백한 불법이다. 범행을 모의하는 경우 형사처분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자경단은 상당 부분 국가가 초래한 측면이 크다. 정부의 강력범죄자 관리 시스템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심리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조두순은 저지른 범죄에 비해 턱없이 낮은 형량을 받았다. 피해자는 장기 손상과 정신적 트라우마 속에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데 조두순의 형량은 12년에 불과했다. 사법부는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조두순의 말에 형량을 경감했다.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검찰이 당연히 항소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 그때 제대로 된 법집행이 이뤄졌다면 조두순은 오늘 교도소에서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안산시는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법무부에 ‘보호수용법’ 제정을 요청했었다. 아동 성폭행범, 상습 성폭력범, 연쇄살인범 등 흉악범은 형기를 마친 후 일정 기간 사회와 격리해서 별도 시설에서 수용해야 된다는 요지다. 그러나 동일 범죄 이중처벌 등의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정부는 조두순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고, 집 주변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그의 집에서 불과 70m 떨어진 곳에 어린이집이 있다. 과연 그 정도로 시민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까. 정부는 자경단 얘기가 나오는 분위기를 허투루 흘려선 안 된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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