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인공호흡 금물… 천·수건으로 코·입 덮고 가슴 압박만

코로나 의심시 심폐소생술 어떻게…

실시 전 보건용 마스크 착용하고 환자 얼굴에 가까이 가지 않아야
소생술 후엔 손 씻고 코로나 검사

갑작스러운 심정지 상황을 접한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있는 모습. 코로나19 등 감염병 환자나 의심자를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 방법과 주의사항 등 새로운 내용이 담긴 한국형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 개정판이 최근 공개됐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얼마 전 전남 고흥의 한 목욕탕에서 70대 할머니가 심장 정지로 갑자기 쓰러지는 걸 본 50대 여성이 시민경찰학교에서 배운 심폐소생술(CPR)을 실행해 극적으로 살려냈다. 이처럼 급성 심정지 상황을 처음 목격한 일반인이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구하는 일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실제 질병관리청과 소방청이 최근 공개한 ‘2019년 구급대 이송 급성 심정지 환자 3만279명(의무기록 조사완료 환자 기준)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인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는 24.7%였다. 4명 가운데 1명꼴로 위급한 상황을 접한 행인이나 이웃, 가족 등이 심폐소생술을 행한 셈이다. 2008년(1.9%)에 비해 13배 늘어났다. 일반인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의 생존율은 지난해 15%로 받지 않은 환자(6.2%) 보다 2.4배 높았다.

일반인 심폐소생술은 병원 도착 전에 구급대원이나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최초 목격자 혹은 119신고자)에 의해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일반인 심폐소생술 실시 비율과 생존율이 높아진 것은 적극적인 심폐소생술 보급과 교육에 따른 성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2020년 한국형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질병청과 대한심폐소생협회가 지난 10월 발표된 국제소생술교류위원회(ILCOR)의 ‘심폐소생술에 관한 과학적 합의와 치료 권고’를 기반으로 국내 의료 환경 및 제도에 맞게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국내 심폐소생술 지침은 2006년 첫 제정 이후 5년 단위로 개정하고 있다.

심폐소생술의 순서, 가슴압박 및 인공호흡 방법, 가슴압박 대 인공호흡 비율 등 기본 내용은 기존과 동일하게 권고됐다. 가슴압박 깊이는 영아 4㎝, 소아 4~5㎝, 성인 약 5㎝(최대 6㎝ 넘지 않게)를 유지하도록 한다. 속도는 성인과 소아·영아 모두 분당 100~120회가 적당하다. 통상 일반인은 가슴압박을 얕게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깊고 강하게’ 하도록 권장된다.

관심을 끄는 건 개정된 지침에 새로 반영된 내용들이다. 일반인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 맞게 구조활동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보완됐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는 상황을 감안해 코로나19 등 감염병(혹은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 방법과 주의사항이 처음으로 담겼다.

심폐소생술 실시 전 보건용 마스크(가능한 KF94)를 착용하고 감염 환자 혹은 의심자의 얼굴에 가까이 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호흡 여부 등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 여분의 마스크가 있으면 대상자에게 사용한다. 119신고와 주변에 자동심장충격기를 요청한다. 이어 휴대전화의 스피커폰 통화 상태로 구급상담요원의 조언에 따라 조치한다. 에어로졸(바이러스를 머금은 채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입자) 발생으로 인한 바이러스 노출을 막기 위해 환자의 코와 입은 천 또는 수건으로 덮어야 한다.

인공호흡은 금물이다. 가슴압박만 시행한다. 심폐소생술 후에는 가능한 빨리 비누와 물 또는 손세정제로 손을 씻고 지역 보건소에 연락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도폐쇄나 의심 환자에 대한 지침도 일부 변경됐다. 떡이나 사탕 등 음식을 삼키다 목에 걸려 기침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이물질 제거를 위해 ‘등 두드리기’를 우선 시행토록 권고했다. 기존에는 바로 ‘복부 밀치기’(하임리히법-뒤에서 선 자세로 환자의 명치 끝과 배꼽 부위를 양팔로 감싸안고 대각선 위로 강하게 당김)를 하도록 돼 있었다. 등 두드리기는 통상 5회를 반복하고 그래도 기도가 열리지 않을 땐 복부 밀치기에 들어가 5회 실시한다. 기도폐쇄가 계속되면 등 두드리기-복부 밀치기를 5회씩 번갈아 하고 환자가 의식을 잃으면 심폐소생술을 한다. 다만 기침을 효과적으로 하고 있다면 관찰하며 구급대를 기다려야 한다.

아울러 심폐소생술 시행 중 가슴압박 깊이를 향상하기 위해 환자를 침대 등 장소에서 바닥으로 옮기지 않도록 했다. 대한심폐소생협회 황성오(연세대 원주의대 응급의학과 교수) 이사장은 “기존 지침에서 환자를 침대에서 바닥으로 옮기도록 한 것은 침대 위에서 가슴압박을 할 경우 가슴압박 깊이가 얕아질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이라며 “최근 보고된 연구에선 침대 위에서 가슴압박을 한 경우와 바닥에서 가슴압박을 한 경우 가슴압박 깊이에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정지 환자를 침대에서 바닥으로 옮기려면 상당한 힘이 필요하고 환자가 다칠 우려도 있다. 심폐소생술 시작이 지연될 수도 있어 개정된 가이드라인에서 이를 반영해 바꿨다”고 덧붙였다.

구조자가 혼자이면서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경우 스피커폰을 켠 상태로 구급상담요원의 도움에 따라 행동 및 심폐소생술을 하는 내용은 이번에 새로 담겼다. 다수의 관찰연구에서 구급상담요원 지도에 따라 전화 도움 심폐소생술을 받을 때 심폐소생술을 받지 않는 경우 보다 병원 밖 심정지 환자의 생존 퇴원율, 신경학적 회복율이 높았다는 보고에 근거한 것이다.

황 이사장은 “국내에도 전화 상담원에 의한 심폐소생술 지원 체계가 갖춰져 있으며 시행에 문제가 되는 법률적, 문화적 장벽은 없다고 여겨진다”면서 “다만 전화 상담원이 현장의 심정지 환자를 신속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토콜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병원 밖 심정지 환자의 신속 조치를 위해 근처에 있는 사람들의 스마트폰 위치정보와 문자 메시지 기능, SNS를 활용해 도움 요청 알림을 보내도록 하는 내용도 지침에 포함됐다. 더불어 신종 감염병이나 국가재난 상황에서 심폐소생술 실습 교육이 불가능한 경우 비대면(언택트) 교육 모델을 개발하도록 권고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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