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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백신 상륙작전

손병호 논설위원


상륙작전 중에 제일 유명한 게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다. 1944년 6월 6일에 독일 점령하의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지역을 연합군이 상륙해 탈환한 작전이다. 이를 계기로 연합군은 2차 대전의 전세를 바꿨고 마침내 나치 독일을 물리치게 됐다. 당시 작전일을 ‘디데이(D-day)’로 지칭했는데, 지금도 중요한 일이 벌어지는 날을 디데이로 부르곤 한다.

코로나19 백신이 이 작전을 다시 소환했다. 미국이 13일부터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미 전역에 수송하기 시작했는데, 정부 관계자들이 이 배송 프로젝트를 ‘백신 상륙작전’으로 부르고 있어서다. 민관 합동으로 펼쳐지는 이 작전에 참여 중인 4성 장군 구스타브 퍼나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드디어 디데이가 왔다”며 “지금 우리는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고 이 백신이 종전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백신 배송은 전쟁 치르듯 이뤄지고 있다. 노르망디 작전 때 항공기 1200대가 동원돼 공수부대원들을 후방 곳곳에 침투시켰듯 배송업체인 UPS와 페덱스의 택배 전용 수송기들이 대거 투입돼 636개 거점으로 백신을 운반하고 있다. 미 물류 역사상 가장 어려운 임무를 띤 만큼 이들 수송기에는 이착륙 우선권도 부여됐다. 또 배송 트럭은 방탄복을 입은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고 있으며 위치추적 태그도 장착됐다. 연합군이 나치를 몰아내고 노르망디를 해방시켰듯 290만명 분의 첫 백신은 장기요양시설에 고립된 환자들을 구하는 데 우선적으로 쓰인다.

배송업체 직원들의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리처드 스미스 페덱스 사장은 상원에 출석해 “페덱스와 UPS는 둘도 없는 앙숙이자 치열한 사업 경쟁자 관계”라며 “하지만 이번 배송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지금은 양사가 문자 그대로 ‘한 팀’이 돼 협력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아직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우리 정부와 바이러스 사태 앞에서도 정쟁만 일삼는 우리 정치권과 확연히 대비되는 미국의 풍경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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