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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구 칼럼] 민생정치가 찾아올까


민생은 뒷전이고 권력 개혁만 난무한 21대 첫 정기국회
조선시대 당쟁 연상시키는 정치싸움엔 이제 신물 날 지경
재보선 앞둔 쇼맨십일지라도 민생 중심 대전환 반드시 필요

21대 첫 정기국회 말미와 연이어 열린 12월 임시국회엔 민생이 실종되고 깃발만 난무했다. 여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국가정보원법 등 이른바 권력기관 개혁 입법과 대북전단 살포 금지 입법을 밀어붙였고 제1야당은 필리버스터로 악착같이 맞섰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이 한창이었지만 정치의 한가운데에는 개혁의 깃발만 휘날렸다. 바이러스로 더 고달파진 민생은 관심 밖이었다.

정치에서 민생이란 단어가 희미해지고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게 정치라는 경구가 퇴색한 건 낯선 풍경이 아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해온 국면 내내 그랬고, 그보다 이전 조국 사태 때도 익히 보아온 광경이다. 검찰 개혁, 권력기관 분산 등의 구호에만 온통 시선이 쏠렸다.

개혁이 이뤄지면 인권이 개선되고 국민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게 민생과 직결된다고 수긍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그저 서민 삶과는 무관한 권력자들의 이권 다툼이라고 이해한다. 독직 사건이라면 검찰보다 경찰이 더 문제였는데 경찰 권력의 견제를 이야기하는 이는 거의 없다. 오로지 검찰의 힘을 빼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다.

검찰 개혁을 기치로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걸려는 행태가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 개혁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정치가 수사를 좌지우지하는 데엔 반발이 크다. 조국 사태 당시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급락했다가 조 전 장관이 사퇴하자 빠르게 복원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공수처법에 대해서도 여론이 싸늘하다. 야당의 비토권을 인정했던 법을 1년도 되지 않아 개정한 것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게 대체적인 민심이다. 리얼미터가 1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공수처법 처리가 잘못됐다는 반응이 54.2%, 잘된 일이라는 응답은 39.6%에 그쳤다.

윤 총장 문제도 그렇다. 정치 권력 눈치 보지 않고 뚝심 있게 수사를 밀어붙이는 스타일을 높이 사 검찰총장까지 고속승진을 시켜놓고는 조국에 대한 먼지털기식 수사, 여권에 대한 편파 수사, 원전 정책에 대한 수사라는 프레임을 걸어놓고 뒤흔든다. 그 방식도 법치의 선을 넘고 있다는 게 다수의 시각이다. 개혁 저항세력의 태두로 그를 밀어붙였지만 오히려 검찰 독립의 투사로 대선 주자 반열에 높이 오른 여론조사 결과가 민심의 방증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여당이 밀어붙이는 것은 강한 내부 동인이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정부 당시인 17대 총선에서 탄핵의 반사이익으로 152석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 사학법 개정, 과거사진상규명법 제정 등 개혁 법안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국회 등원 거부까지 동원한 제1야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개혁을 접었다. 개혁 입법은 누더기가 됐고 이후 여당은 선거 때마다 패하며 레임덕이 본격화됐다. 그런 전철을 반복할 수 없다는 정서가 내부에 공유되고 있고 지난 총선에서 더 큰 승리를 거두자 개혁 입법이 최우선 목표로 정해진 듯하다.

그렇다면 개혁 입법이 어느 정도 정리된 지금이 전환을 모색할 적기다. 올해 안에 개혁 드라이브를 마무리하고 재보선을 목전에 둔 새해부터는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이 이미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각과 청와대 개편으로 분위기를 일신한 다음 지친 민생을 보듬고 국민의 삶을 살찌우는 것을 정치의 최우선에 놓겠다면 늦었지만 환영이다.

다만 개혁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초래된 무리를 둘러싸고 잡음이 계속되고 송사가 잇따를 게 우려스럽다. 개정된 법에 따라 공수처가 출발하겠지만 약간의 문제가 생겨도 큰 시비에 휘말릴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독립성을 담보할 방안을 배제한 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윤 총장 견제 과정에서 훼손된 검찰의 정치 중립성과 관련한 논란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과잉 행사된 정치 권력, 그 토대가 됐던 의석수 만능주의도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민생 중심으로 탈바꿈한다면 환영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경제 사회 각 부문이 얼어붙었다. 이웃돕기 모금 운동도 올해는 목표치를 내려 잡았다. 민생 입법의 공백을 메우는 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의 음지를 직접 찾아 다독이는 정치를 다시 선보이기를 기대한다. 만시지탄이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조선 시대 당쟁을 연상시키는 정치싸움, 이제 너무 지친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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