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량에 붙을 ‘신종 세금’… 개념 정리·국민 설득이 우선

[스토리텔링 경제] 논의 불붙은 ‘탄소세’ 어디까지 왔나

탄소세 신설 논의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정부가 지난 7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에 담겨 있던 탄소 배출 억제를 위한 에너지 세제 개편, 기후대응기금 재원 마련 등 내용 때문이다. 정부는 탄소세 도입이 당장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탄소세는 환경에 대한 기후변화 대응, 소득분배, 물가, 산업 경쟁력 등 미치는 영향이 다각적으로 있어 종합적으로 검토해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탄소세 도입 논의에 불을 붙인 모양새가 됐다. 탄소세는 무엇이며, 국내 도입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탄소세 자체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지만 실제 도입 전에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에 따라 탄소세가 신설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영희 기자

탄소세, 넌 누구니?

탄소세 도입은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탄소세는 1990년대 초 등장한 ‘신종 환경세’다. 에너지세는 화석연료의 에너지원에 부과되는 물품세의 일종이지만 탄소세는 화석연료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배출되는 모든 탄소 배출량에 부과하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특정 화석연료 제품이 아닌 ‘탄소 배출량 자체’가 과세 표준이기 때문에 탄소세는 화석연료뿐 아니라 모든 일상적인 소비재에도 부과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북유럽 국가들이 차례대로 도입한 이후 유럽 전역으로 탄소세가 확산됐다. 현재 유럽에서는 16개 국가가 이를 도입했다. 미국·캐나다의 경우 일부 주정부 단위에서 탄소세를 매기고 있다. 이외에 일본·칠레·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시행 중이다. 다만 과세 대상과 세율, 세수의 사용처 등 세부 형태는 국가별로 천차만별이다. 호주는 2012년 7월부터 탄소세를 시행했다가 2년 만에 폐지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탄소세 도입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하다. 이명박정부가 2009년 12월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했을 때 잠시나마 탄소세 도입 논의에 불이 붙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현실화되진 못했다. 당시에도 정부는 “재원, 국민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신중히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못 박았으며 이후 별 진전은 없었다. 당시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은 에너지 규제보다 녹색성장 촉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으로 평가된다.

도입까지 넘어야 할 산 적지 않아


탄소세는 명분과 실리가 모두 있는 제도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실제 도입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탄소세를 둘러싼 얽히고설킨 문제들 때문에 이른 시일 내 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단 기존에 있는 에너지 세제들과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에너지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교육세·자동차세·부가가치세 등으로 나뉜다. 면밀히 보면 탄소세와 에너지 관련 세제는 부과 목적은 다소 다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과세 대상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탄소세가 도입될 경우 과세 대상이 상당 부분 중복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기존 에너지세와의 충돌을 막고, 이들이 원래 갖고 있던 문제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역진성(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많은 세 부담을 지는 것) 해결 문제도 중요하다. 탄소세가 기존 세제에 더해 추가적으로 부과되면 소득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소득층이 더 큰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탄소세를 면제해주거나 저소득층이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원의 세율을 고소득층이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원의 세율보다 낮게 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탄소세로 증가한 세수를 통해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방식 등도 다양하게 제안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저하나 관련 산업 타격 등에 대한 고려도 빼놓을 수 없다. 탄소세 부과는 결과적으로 제품의 가격 상승을 부추겨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제품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다소비 업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게다가 이미 기업들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로 인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문제가 정리된 뒤에도 탄소세 과세 범위와 대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세율을 어떤 수준으로 할 것인지, 세수를 어느 곳에 활용할 것인지 등 첨예한 문제들이 남는다.

더군다나 탄소세는 새로운 종류의 세금이기 때문에 도입 자체만으로 국민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조세중립성(과세 결과 납세자의 상대적인 경제 상황에 변화가 없는 것)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은 탄소세로 증가한 세 부담을 소득세나 법인세 감면으로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노동 및 자본에 대한 세 부담 완화, 고용 및 투자 증대를 유인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도입해야 할 ‘탄소세’의 개념이 뭔지부터 정립하는 게 먼저”라며 “정부는 아직까지 방향성 정도만 제시한 것이며,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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