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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율주행 시대를 여는 도로 첨단화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과 코로나 이후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민이 매일 이용하는 도로의 안전과 효율을 위한 사업이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이미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전광판이나 휴대전화 등을 통해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 지금 어느 도로가 막히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자동차와 도로에 전자통신기술이 접목된 ‘지능형 교통시스템(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이 갖춰졌기에 가능한 서비스이다.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ooperative-ITS)은 여기서 한 걸음 더 진화돼 자동차와 자동차 사이 혹은 자동차와 교통 시설 간 상호통신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교통 소통을 원활히 해서 이용자의 편의를 제고하는 한편 도로의 위험정보도 실시간으로 공유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 시스템 도입이 중요한 이유는 운전자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하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입되기 위한 필수 시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여년 후면 신차 시장에서 자율주행 자동차가 최소 5분의 1에서 최대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이자 수출 산업인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자율주행 자동차에 달린 것이다.

그런데 자율주행 자동차가 현실에서 안전하게 운행하려면 자동차만 바뀌어서는 안 된다. 도로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도로에 자동차를 감지하고 상호통신을 할 수 있는 센서와 통신장치, 이를 운영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져야 한다. 또한 정밀 도로지도와 위치추적시스템 그리고 관련 법규와 제도도 구비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도로에 대한 정부의 선도적인 투자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경험이 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지능형 교통시스템 투자를 통해 도로의 효율성과 안전성 그리고 국민 편의성을 점차 높여왔다. 이번 한국판 뉴딜 사업에 좀 더 진화된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 투자가 포함된 것은 정부가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를 여는 마중물 투자를 선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이 투자는 예측이 어려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무엇보다 산업계, 기술계, 관련 정부 부처를 포함한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긴밀한 상시 협력이 필요하다.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의 핵심은 자동차와 도로 사이의 원활한 통신이다. 정부가 차세대 도로 시설에 투자할 때 자동차 및 통신 업계도 함께 발맞춰 투자해야 한다. 투자한 기술과 설비가 서로 호환되지 못하거나 투자 시기가 너무 다르면 첨단화·지능화된 도로 시설이 이용되지 못하고 사장되거나 방치될 수 있다.

둘째, 자율주행 자동차나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의 기술 표준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불확실한 상태에서는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경구를 따를 필요가 있다. 어느 방향으로 미래가 전개될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므로 다양한 방식의 실증 사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관련 법규나 제도가 기술 발전에 맞게 바꾸어지지 않으면 국민이 그 혜택을 누릴 수가 없다. 기술 개발과 재정 투자만큼 중요한 것이 법규나 제도의 개선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여러 이해관계자가 함께 개척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사업이 산·학·연·관이 함께하는 협력의 모범이 되기를, 그리하여 국민의 안전과 편의가 증진되고 관련 기술과 산업 육성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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