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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돌봄의 패러다임 변화

이원길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상임이사


어릴 적, 한 집에 3대가 함께 살면서 아프신 할머니를 돌보던 어머니의 모습이 가슴 한켠에 남아 있다. 가족 구성원 간의 돌봄이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고 핵가족, 1인가구 세대가 증가하면서 이제 돌봄은 한 가정의 과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공유하고 지지해 나가야 하는 ‘돌봄의 사회화’가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시행하면서 돌봄(요양)이 필요해도 집에서 오랫동안 생활할 수 있도록 방문요양, 주야간보호 등을 제공하는 재가요양서비스 기관과 서비스 인력 등을 빠른 속도로 확충해 왔다. 하지만 지난 10여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득이하게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을 선택하는 분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분들은 왜 살던 집이 아닌 낯선 시설이나 병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살던 곳에서 오랫동안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복지-요양-주거서비스 등이 수요자 맞춤형으로 적절히 이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분절된 각각의 제도 운영 및 서비스 인프라 미흡 등으로 수요자의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건복지부는 2018년 11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을 발표하고, 지난해 6월부터 전국 16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선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내년에는 경기 화성과 강원 춘천에서 시범사업도 시행될 예정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구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첫째, 국민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돼도 내 집에서, 우리 동네에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제고돼야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둘째, 돌봄이 필요한 수요자 욕구에 맞춰 보건의료-복지-요양-주거서비스가 적절히 제공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 인프라 확충 및 전문성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서비스 확대가 단계적으로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수요 및 공급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그에 따른 실행전략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효과적인 전달체계 구축 등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지자체-공공기관-관련 서비스 제공기관 간 협업체계 활성화, 수요자 맞춤형 통합적 정보시스템 구축 등의 기반을 구축해 나가는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실현은 보건복지제도 전반의 개혁뿐 아니라 돌봄 부담 해소로 여성의 경제적 참여가 활발해져 가계소득을 늘리는 연쇄효과를 촉진시킬 수 있다. 5년이 지나면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이른바 ‘돌봄 쓰나미’를 막아낼 수 있는 근본적 원동력은 ‘전 국민 돌봄 보장’ 실현을 우리 사회의 주요 정책과제로 고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국회, 서비스 제공자, 수요자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보며 나아가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원길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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