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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라동철 논설위원


855명. 지난해 건설 현장이나 제조업 사업장 등 산업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수다. 매일 2명 이상이 일터로 출근했다가 사고로 숨져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사망자에게도 불행이지만 가족에겐 평생 지우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줬을 것이다.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이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휘파람을 불었지만 산업재해(산재)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영락없이 후진국이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까지 합친 전체 산재 사망자는 연간 2000명을 웃돈다. 산재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 회원국 가운데 단연 톱이다. 1994년부터 2016년까지 23년 동안 두 차례만 2위였을 뿐 그외엔 늘 1위였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산업 현장에서 사고로 1만173명이 숨졌다. 베트남전 파병 9년간 한국군 전사자(4400여명)의 2배가 넘는 노동자가 산업전선에서 사고로 ‘전사’한 셈이다.

한국 노동자들만 특별히 안전의식이 희박하다고 볼 수는 없을 테니 구조적인 문제에서 원인을 찾는 게 합리적이다. 노동 전문가나 노동단체들은 안전시설 미비와 관리 부실 등 안전에 소홀한 일터 환경에서 원인을 찾는다. 대기업과 사업주들은 위험 업무를 외주화하고 여러 단계의 하청과 비정규직화를 통해 직접적인 안전관리 비용을 지속적으로 줄여 왔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처벌이 약하니 안전에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국회에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와 원청 업체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여러 건 계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정기국회에서 이 법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예방을 위해 투자한 것보다도 훨씬 큰 비용을 부담시켜야 기업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다.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갈아넣어 기업 이윤을 늘리는 것을 용인한다면 산재 사망률 1위의 불명예를 벗는 건 요원할 게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보다 우선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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