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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여성 발탁 벌금

손병호 논설위원


인사혁신처가 지난 14일 발표한 7급 국가공무원 합격자 838명 중에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합격한 여성 11명이 포함돼 있다. 어느 한쪽 성별 합격자가 합격예정 인원의 30% 미만일 경우 해당 성별의 응시자를 추가 합격시키는 제도다. 1996년에 여성채용목표제로 시작했다가 2000년에 남성 군가산점이 폐지된 이후 교육행정직 등에서 여성 합격률이 70%가 넘자 남성에게도 혜택을 주기 위해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추가합격자들은 전기나 토목 등 남성 지원자가 몰리는 분야에서 합격했다.

프랑스의 경우 여성들이 채용돼도 관리직으로 올라가는 비율이 적다는 이유로 2013년부터 고위직 신규 인사 때 특정 성별이 60% 이상 차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여성이 시장으로 있는 파리시가 이를 위반해 벌금을 물게 됐다. AFP통신과 미국 공영 라디오 NPR에 따르면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15일(현지시간) 시의회에 출석해 2018년 고위직 인사 때 여성 11명과 남성 5명을 임명(여성 비율 69%)한 일로 정부로부터 9만 유로(1억20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터무니없는 벌금이지만 기쁜 마음으로 내겠다”고 했다. 이달고 시장이 터무니없다고 한 이유는 파리시 전체 여성 고위직 비율이 아직 47%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랑스 정부가 전체적으로 남녀 비율이 불균형일 때에는 신규 인사 때 60% 룰을 안 지켜도 되게끔 법을 바꿨지만 2018년 인사에는 소급적용되지 않아 벌금을 물게 됐다.

파리시의 벌금 소식은 전 세계에 양성평등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이를 귀담아들어야겠다. 인사혁신처가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부처 4급 이상 여성 관리자 비율은 18%에 그쳤다. 또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자료에서 5대 그룹 소속 58개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2.9%에 불과했다. 프랑스 같았으면 정부와 기업들이 벌금을 내도 왕창 냈을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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