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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맵게하려다 괴물 됐다”… 유튜브 중독 알고리즘 [이슈&탐사]

[극단으로 인도하는 알고리즘 해설서-상식이 2개인 나라] ⑤ 중독, 그리고 해독


“간첩 신고하려고요.”

“어떤 내용인가요.”

“문재인씨입니다.”

“대통령을 신고하시겠다고요?”

경찰, 국가정보원 등에 실제 전화를 걸어 문재인 대통령을 신고하는 과정을 담은 유튜버 영상이다. 조회수 79만9000회, 좋아요 수 4만7000회를 넘겼다.

영상 제작자는 유튜브 채널 생각모듬찌개 운영자 최태운씨다. 그는 “대통령이 국민 말은 안 듣고 중국이나 북한 수장 말만 따르는 것 같아서 신고했는데, 그게 알고리즘 선택을 받아 대박이 났다”고 했다.

최씨는 리서치 회사를 운영했다. 어느 날 우파 영상을 올렸는데, 이후 정부 관련 수주를 받기 어렵다는 말을 주변에서 들었고, 회사가 탄압받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여권을 비판하는 콘텐츠를 본격 제작하게 된 계기다.

그의 영상이 본래 ‘매운맛’이었던 건 아니다. 초기 제작물은 ‘살기 위해 욕하는 가면 유튜버’ ‘막말하는 공무원’ 등 본인 소신을 이야기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점점 도발적인 영상으로 변모해갔다.

“예전에는 온화하게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지금은 강한 게 캐릭터가 돼 버려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성향이 생긴 것 같아요. (유튜브를 하다 보면) 매운맛이 없으면 찾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걸 금방 알게 되죠. 욕설한다든지 좀 더 세게 행동하는 게 사람들에게 자극제가 되고, 그게 구독자 확대로 연결되고….”

자극적인 내용과 욕설, 센 표현이 더해질수록 구독자들은 더욱 열광했다.

정치 채널 캡틴TV 운영자 윤정섭씨도 같은 말을 했다.

“극단적인 사람들은 매운맛을 좋아하더라고요. 돈을 주고 누굴 욕해 달라고 해요. 거기에 따라가서 돈맛을 알게 된 유튜버들은 더 자극적인 소재를 만듭니다. 더 센 걸 보여줘야 해요. 처음엔 좋을지 모르겠지만 한 번 이걸 들어주기 시작하면 결국 괴물 채널이 되고, 돌이킬 수 없게 돼요.”

중독

유저와 유튜버는 왜 매운맛에 중독됐을까. TV성수대로 운영자 김성수 시사문화평론가는 알고리즘을 언급했다. 그는 “플랫폼은 유저들을 중독시키는 알고리즘을 고민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최적화된 콘텐츠는 비판 대상을 처음부터 까대기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추천 알고리즘은 정치적 성향이나 내용에는 관심이 없다. 유저들이 계속 플랫폼에 머물도록 더 도발적인 콘텐츠를 추천할 뿐이다. 자극적일수록 유저의 선택을 받게 되고, 이는 돈이 된다는 공식이 생긴다. 유튜버는 극단의 전사가 되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매운맛은 강해지고, 동시에 그 맛에 중독되는 유저들도 늘어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유저와 유튜버 모두 금세 알고리즘의 노예가 된다. 극단은 덩치를 키우고, 연결은 줄어들어 분열이 심화한다. 국민일보가 인터뷰한 정치 유튜버들의 고백은 대체로 이렇게 귀결됐다.


최근 이념 편향된 정치 채널에서는 ‘위장 우파’ ‘위장 좌파’식 정체성 논쟁이 빚어지고 있는데, 유튜버들은 이 또한 자극 중독의 단면으로 해석했다.

윤정섭씨는 지역감정에 호응하지 않거나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는 일에 반대했다가 유저들로부터 ‘진짜 우파’가 아니라는 공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맹목적인 비난과 증오, 지역 혐오가 우파적 가치관이라면 우파 안 하겠다”고 저항했는데, 비난하고 채널을 떠난 유저들이 생겼다고 한다.

윤씨는 “유튜브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자기가 듣고 싶은 걸 못 들었을 때 화를 내는 것 같다. 지금처럼 정치 지형이 극단으로 나뉜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며 “다른 유튜버 중에도 ‘위장 우파’ 소리가 겁나서 어쩔 수 없이 자기를 포장해 ‘증오의 전사’가 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내시십분’ 운영자인 개그맨 김영민씨도 “슈퍼챗으로 5000원, 1만원 주면서 ‘누구를 욕해주세요’ 이런 유저들이 있다. 동네 깡패 같은, ‘청부 사이버 폭력’”이라며 “유튜브에서는 이런 식의 소비가 많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도 다르지 않다. 유튜버 황희두씨는 “처음에는 방송에서 좋은 보수주의자 분 추천도 했었다. 그랬더니 (지지자들로부터) 욕을 먹었다. ‘누굴 까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고, 침묵하면 사상검증처럼 비판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황씨는 “같은 생각, 듣고 싶은 말만 추천하는 알고리즘의 편리함에 다 적응을 해서 그걸 끊는 것도 불가능한 시점일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김성수씨 역시 “민주 진영에도 위장 좌파 논란이 있다. 알고리즘 메커니즘 속에서 특정 채널을 광신, 맹신한 사람들이 벌이는 행동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분들이 더 중독되면 자기가 원하는 수위의 비난이나 음모론을 말해주는 사람을 교주처럼 따르게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공격하게 되더라”며 “알고리즘이 일종의 교주를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내용에 상관없이 유저만 붙잡으면 돈을 버는 콘텐츠 보상 시스템은 이를 더욱 부추긴다. 유튜버 벌레소년(닉네임)은 “콘텐츠의 극단화가 심화하는 원인은 결국 돈 때문이다. 큰손으로 불리는 후원자들이 자극성 넘치는 폭로에 후원을 집중하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점점 자극적 소재나 발언들이 난무하게 됐다”며 “욕설과 극단적 발언이 고액 후원금을 만나면 ‘투쟁’으로 포장되고, 음모론과 높은 조회수가 만나면 ‘팩트’가 돼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처도 알 수 없는 음모론에 찬성하는지로 서로 갈라지고 적이 된다. 같은 진영이라도 자신들의 음모론에 동의하지 않으면 공격 대상이 된다”며 “유튜브에서는 팩트나 논리, 반박이 금기시돼 있다. 정보 전달 기능은 사라진 지 오래”라고 했다.

현실


전문가들은 유튜브 속 극단의 광장에 유저들이 몰리는 양상이 오프라인 세계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걱정, 근심, 두려움 같은 부정적 감정이 지배적인 사회일수록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믿는다는 연구가 있다”며 “대화나 협력의 구조가 약하면 사람들은 점점 가상세계로 몰리고, 자기 생각에 반하는 내용은 잘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중립 입장을 가진 사람이라도 유튜브 안에서는 흑백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심 교수는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극단화된 사회에서 문제에 대한 정답은 2개로 갈리게 된다”며 “이용자로서도 중간이라는 선택지가 사라지니 한쪽을 고를 수밖에 없다. 결국 양쪽의 덩어리는 점점 단단하게 뭉치고 극단을 지향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념 편향적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들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한 유튜버는 “유튜브 광장에서는 말이 틀려도 별 상관없더라. 그런 거로 유저들과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며 “사실관계나 근거 자료보다 구독자와의 심정적 교류, 동지의식이 더 중요하다. 유저들이 답답해하는 걸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세상의 극단화는 현실과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커진다. 끼리끼리만 모여 극단이 되는 온라인의 광장이 다시 오프라인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온라인 세상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오프라인 세상도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교수는 “이미 오프라인에서도 진보와 보수가 토론할 공간이 없어 찢어지고 쪼개지고 있다”며 “유튜브 속 분열은 현실 정치와 현실의 문제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최태운씨도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한번은 제 채널을 시청한다는 기사님의 택시를 탔는데, 그분이 대통령에 대해 엄청나게 욕을 했다”며 “국가 수장에 대한 혐오를 직접 보니까 콘텐츠를 자극적으로 만든 게 잘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반대편 지지자들에게서 제 집주소를 적은 협박 메일을 받고, 살해 경고도 받았다. 회의감이 많이 느껴진다”며 “주변 유튜버들이 하나같이 공황장애 약을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상호 경성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인터넷 공간은 계속 확장되는 공간이라 ‘공유지의 비극’ 현상이 필연적으로 나타난다”며 “돈이 얼마가 들든 플랫폼 사업자는 이 공간을 계속 관리하고 정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몸에 안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알면 해로운 음식을 피하게 되듯 알고리즘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인지하고 영상을 시청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조했다. 이소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도 “알고리즘의 문제를 환기해 이용자의 자각으로 해결해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필로그-극우에 빠진 브라질 10대 소년

극단화된 유튜브 정치 지형이 오프라인과 이어진 사례는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현실화했다. 여성 의원에게 “그럴 가치가 없어 성폭행하지 않겠다”는 폭언을 하고, 독재 시절 고문 기구를 옹호한 극단주의 정치인 자이르 보우소나르는 2년 전 대통령에 당선됐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유튜브가 브라질을 어떻게 극단화했는가’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는데, 그 일등공신으로 추천 알고리즘을 꼽았다. 유튜브를 통해 점차 극우주의로 빠진 사례자로 10대 청소년 마테우스 도밍게스가 소개됐다.


도밍게스는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보우소나르는 선거 직전까지 유튜브와 페이스북, TV쇼에서 하나의 현상이었다. 사람들은 모든 소셜미디어에서 보우소나르 콘텐츠를 좋아했고, 나도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뉴욕타임스 기사가 과장되긴 했지만, 유튜브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 발현에 영향을 줬다는 점은 인정했다.

보우소나르는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막말과 과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현지 여론조사 업체 다타폴랴(Datafolha)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지지율은 37%로 임기 중 가장 높다. 지지자만 바라보는 정치활동 덕이지만 정국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언론은 극단주의자들의 결집과 정치적 승리를 가능케 한 원동력으로 유튜브를 꼽았다.

도밍게스는 보우소나르의 흔들림 없는 열렬 지지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여당 지지자지만 “우익이 주류 언론에 의해 억압받고 있다. 우리는 주류 미디어가 우리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검열에 대항해 단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표현에는 반대편을 투쟁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인식이 담겨 있었다.

극우 이념을 맹신한 18살 소년이 적은 트위터 프로필 내용은 이렇다. ‘마르크스주의와 진보주의의 손아귀에서 새로운 세대를 구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그게 나의 임무다.’

이슈&탐사1팀 전웅빈 문동성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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