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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F2020’

천지우 논설위원


“올해는 진짜 꽝이야. 외롭고 짜증나고 미칠 것 같아. 여전히 슬프고 돈도 없어. 남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난 끝난 것 같아. 제발 2021년으로 그냥 넘어가면 안 될까?”

미국의 3인조 여성그룹 애비뉴 비트가 지난여름 발표한 노래 ‘F2020’의 가사 중 일부다. F는 욕설의 이니셜로 노랫말에선 욕설이 가감 없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가 정상적인 삶을 망가뜨린 ‘빌어먹을 2020년’을 한탄하는 노래다. 공포와 시련의 한 해였으니 2020년에 대한 감정은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의 한자로 대만 연합보는 ‘전염병 역(疫)’을, 일본 한자능력검정협회는 ‘빽빽할 밀(密)’을 선정했다. 모두 코로나 사태와 관련된 한자다. 일본에선 ‘3밀(밀폐·밀집·밀접)을 피하자’란 방역 구호가 1년 내내 강조되다 보니 ‘밀’이 올해의 한자로 꼽혔다.

미국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팬데믹(pandemic)’을 선정했다. 팬데믹의 다음 순위는 ‘코로나바이러스’였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가 너무 많아서 한 단어로 압축하는 것을 포기했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된 ‘재택근무(WFH)’ ‘마스크(face masks)’ ‘자택 대기(shelter-in-place)’ ‘락다운(lockdown)’ ‘필수근로자(key workers)’ ‘일시해고(furlough)’ 등을 올해의 단어들로 꼽았다.

한국의 교수신문은 20일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를 선정했다. 교수 90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아시타비는 ‘내로남불’과 거의 같은 뜻이다. 올해 한국 사회를 표현하는 말로 내로남불이 훨씬 적합하겠지만 한자성어가 아니므로 이와 가장 비슷한 아시타비가 뽑힌 듯하다. 이 말을 추천한 교수는 “여야, 진보와 보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는 물론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을 두고서도 사회 도처에서 내로남불 사태가 불거졌다”고 설명했다. 아시타비란 말로 대변된 우리 사회의 모습 역시 ‘빌어먹을 2020년’의 한 단면임은 분명하다.

천지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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