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결정권보다 ‘생명권’ 우위에 놓고 낙태죄 검토해야

태아는 사람 낙태는 살인이다 <15>

지난달 1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낙태 반대 집회에서 아기 엄마와 어린이들이 낙태죄 존속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4명은 헌법불합치, 3명은 단순위헌, 2명은 합헌 의견을 냈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 조항),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들은 낙태죄가 없어졌다고 환호했다. 하지만 헌재의 판단은 ‘낙태죄가 입법목적이나 수단으로서는 적합하지만,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는 오는 31일까지 낙태에 관한 법률인 형법과 모자보건법을 개정해야 하는 입법과제를 안고 있다.

태아 성장단계 따라 법적 보호 다르다?

헌재는 형법이 태아 낙태죄와 사람 살인죄의 처벌 수준이 다르다는 점을 들고 있다. 처벌 수준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양자 모두 낙태(태아살해)와 살인을 동일하게 가벌적(可罰的)인 범죄행위로 취급한다.

수정 후 착상 이전의 상태에 대해 형법은 어떠한 보호도 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이는 형사처벌이 사실상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이런 상태의 생명체를 보호할 필요성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러한 점을 생명체의 보호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 규범적 근거로 내세울 수는 없다.

출생 전 ‘생성 중인 생명’을 헌법상 생명권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꺼져가는 등불 같은 생명’도 조만간 생명권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다.

자기결정권, 생명권보다 우위에 있다?

일반적으로 자기결정권은 ‘개인이 자유의지에 의해 자유롭게 자기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다. 그런데 그 사항이 광범위한 까닭에 대단히 포괄적이다.

학계와 판례에서 인정되는 자기결정권은 생명·신체의 처분에 대한 자기결정권, 성적 자기결정권, 생활 스타일의 자기결정권,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소비자의 상품 결정에서 자기결정권 등이 있다. 자기결정권은 자유권의 또 다른 이름이다.

문제는 낙태행위의 처벌을 둘러싼 기본권 충돌 문제다. 낙태죄 처벌은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기본권 충돌을 일으키는데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생명권이 충돌하는 경우이고, 둘째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충돌하는 경우다. 따라서 낙태행위의 처벌을 둘러싸고 기본권 충돌을 논의할 때, 이 두 가지 경우를 반드시 구별해 검토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 부득이하게 산모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반면 후자는 구체적인 사유에 따라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예컨대 법체계에 의해 받아들일 수 없는 임신의 경우, 즉 강간에 의한 임신의 경우 낙태에 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넓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요구하는 경우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

이처럼 낙태와 관련해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은 관점에 따라 다른 판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행 헌법 체계에선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모든 기본권 보장의 이념적 전제라는 생명권이 자기결정권보다 우위에 있다.

생명권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중에서 가장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 그래서 모든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생명권을 우위에 두고 낙태행위를 검토해야 한다.

사회적·경제적 사유 정말 명확한가?

법률은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법 적용 여부를 분명하게 할 수 있다. 이걸 명확성의 원칙이라 한다. 문제는 헌재의 다수의견이 제시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는 그 개념과 범위가 매우 모호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으면 그 사회생활의 범위는 어떻게 되는가. 소득이 충분하지 않으면 그 기준은 무엇인가. 혼인이 사실상 파탄에 이른 상태에서 배우자의 아이를 임신한 경우에 사실상 파탄에 이른 정도는 어느 정도란 말인가. 상대 남성과 교제를 지속할 생각이 없는 경우 이를 입증할 방법은 무엇이고, 결혼하지 않은 미성년자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그 입증방법은 무엇인가.

이처럼 사회적·경제적 사유의 대부분은 입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형사처벌의 면제 사유로 규정할 경우, 그 입증 여부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될 텐데 말이다.

만약 그 입증의 수준을 엄격히 요구하는 경우 ‘사실상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반면에 그 입증의 수준을 낮추는 경우 ‘사실상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음선필 홍익대 법대 교수

[태아는 사람 낙태는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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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⑱입법시한 넘겼지만… “낙태죄 완전 폐지된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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