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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트럼프가 대못질한 中기업 투자금지… 자회사 포함 땐 파장

中 규제 강도 어디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기고 갈 최대 유산은 뭘까. 신냉전의 불을 댕긴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조치가 꼽힌다. 특히 지난달 서명한 중국 블랙리스트 기업 투자금지 행정명령이 대중국 제재의 피날레가 될 공산이 크다. 이 행정명령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직간접으로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상장사들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조치다. 금지 대상에 블랙리스트 기업의 자회사, 계열사까지 확대하고 주식은 물론 채권, 파생상품까지 포함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블랙리스트 자회사 편입 시 파장 클 듯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행정명령을 통해 31개 중국 군사 관련 블랙리스트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한 데 이어 이달 3일 4개 기업을 추가했다. 이 조치는 내년 1월 11일 발효되는데 미국인들은 이후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가 금지된다. 즉 상장사의 경우 신규 주식 매입이 금지되며 이미 보유한 주식은 내년 11월 11일까지 매각해야 한다.

이에 최근 벤치마크지수 업체들이 블랙리스트 기업들을 주요 지수에서 제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5일 세계 최대 벤치마크지수 업체인 MSCI는 다음 달 5일부터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SMIC 등 7개 업체를 MSCI 이머징마켓지수 등에서 편출한다고 발표했다.

FTSE러셀과 S&P다우존스는 이미 지난 18일 각각 8개, 10개 기업을 지수 편입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미국 투자자들이 35개 블랙리스트 기업과 관련 자회사 주식을 평균 2%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MSCI 편출 종목의 경우 세계 지수의 약 0.04%, 이머징마켓 지수의 0.3% 정도로 그 영향은 아직 미미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는 중국 기업 편출에 따른 국내 증시의 반사이익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센터는 전망했다. MSCI EM(이머징마켓) 지수 내 한국 비중은 0.06% 포인트로 자금 유입규모가 2000억~3000억원 정도로 예상됐다.

문제는 미 재무부가 검토 중인 제재대상 기업 확대 여부 등 구체적인 이행 지침이 변수다. 차이나모바일, CNOOC 등 대기업으로 확대되고, 자회사와 계열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상장한 주식까지 포함될 경우 증시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간접 상장한 증권이 규제에 포함될 경우 159개에 달하는 종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MSCI가 산출하고 있는 글로벌, 아시아, 이머징 지수를 추종하는 액티브, 패시브 펀드들이 관련 종목을 모두 청산한 경우 매도금액 규모가 4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자산운용사들은 행정명령 내용이 세부적으로 불확실한 부분이 많아 재무부의 추가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미국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자회사는 투자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국무부와 국방부 등이 행정명령 효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근무했던 로저 로빈슨은 FT에 “수백만명의 개인투자자와 미국의 국가안보보다 월가와 베이징의 이익에 더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회사 편입 여부 외에도 투자 금지 대상에 인덱스펀드 등 파생상품과 채권 포함 여부도 관심사다. 이들 블랙리스트 중국 기업이 편입된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규모는 1470억 달러에 달한다. FTSE, MSCI 벤치마크지수에서 관련 종목이 편출될 경우 34억 달러 이상의 ETF 자금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내 투자자뿐 아니라 해외법인 포함 여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 내 개인투자자들은 이미 행정조치 영향권에 들어갔다. 모바일 주식투자 앱으로 개미투자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로빈후드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SMIC 등의 주식을 다음 달 4일부터 매입할 수 없도록 했다. 내년 11월 11일까지 고객계좌에 남아 있는 주식은 강제처분에 들어가기로 했다.

바이든, ‘트럼프 대못’ 뺄 수 있나

조 바이든 새 행정부의 중국 견제 강도가 트럼프 때보다 완화될 것을 기대하는 시각도 많지만 트럼프가 대못질하고 있는 제재들이 취하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씨티그룹은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와 경제 회복 등 발등의 불로 떨어진 현안 해결이 우선시됨에 따라 대중국 스탠스 완화 등을 도모할 여력이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본다. 바이든이 유화정책을 꾀한다 해도 의회 내 반중 정서가 강한 점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상원에 이어 이달 초 하원이 외국기업책임법을 만장일치로 가결시킨 점이 의회 내 대중국 강경 분위기에 여야가 따로 없음을 보여준다. 이 법은 미국에 상장된 외국 기업들에 대한 감리를 강화하고 3년 연속 불응할 경우 미국 내에서 ADR(미국주식예탁증서)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제재법안이다.

더욱이 노무라증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까지 남은 기간 추가제재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까지 텐센트 등 대형 IT기업에 대한 압박은 없으나 이들을 타깃으로 할 경우 혼란이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미 상무부가 SMIC를 포함한 중국 기업 약 60곳을 무역 블랙리스트에 추가하기로 하는 등 트럼프의 대중국 디커플링 작업은 임기 막바지까지 미래진행형처럼 멈출 줄 모른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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