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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거짓말쟁이 아베

손병호 논설위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재임 당시 자신의 지지자 단체에 불법적으로 향응을 베푼 것과 관련해 국회에서 무려 118차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중의원 조사국이 야당 의뢰로 지난해 11월부터 지지자 단체 ‘벚꽃을 보는 모임’ 행사 지원과 관련해 아베의 국회 답변을 분석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한 가지 사안에 이렇게 많은 거짓말을, 그것도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한 것은 후진국이 아니고선 거의 유례를 찾기 힘들 것이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한 가지 일로 이렇게 많이 거짓말하지는 않았다. 아사히는 사설에서 “아베가 국회의 행정부 감시 기능을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아베의 거짓말 시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서도 여러 차례 사실과 다른 말을 해 시민단체들과 현지 주민들한테 거짓말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 압박으로 미국산 옥수수를 8000억원어치 수입할 때에는 나방 유충 탓을 하며 일본 옥수수 생산량이 줄게 됐기 때문이라고 변명해 반발을 샀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걸핏하면 ‘강제 연행의 증거가 없다’는 등의 거짓말을 했다.

아베는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한 것에 대해 조만간 국회를 찾아 사죄하기로 했다. 야당이 뒤늦게 사죄는 받을 테지만 기실 그의 거짓말은 야당이 10년 가까이 무기력하고 만만하게 보였기 때문에 초래된 측면이 강하다. 일본의 하원인 중의원은 전체 465석 가운데 연립여당이 313석을 장악하고 있다. 참의원(상원)도 245석 중 연립여당이 141석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의석을 야당들이 지리멸렬하게 나눠 갖고 있고, 수권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니 아베 정권이 독주를 하고 국회에서 총리가 거짓말을 일삼은 것이다. 정치에서 견제와 균형이 왜 필요하고, 야당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이런 모습이 꼭 남의 나라 얘기처럼만 들리지 않는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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