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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의 지금 미국은] “무늬만 다양성”… 고위급 인선 싸고 코너 몰린 바이든

출범도 안했는데 벌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웰밍턴의 정권인수위원회 본부가 있는 퀸 극장에서 내년 1월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한 미겔 카도나 코네티컷주 교육위원의 연설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1970, 80년대 미국 민주당의 목표는 백인 중산층 유권자를 되찾는 것이었다. 1972년 대선에 출마한 민주당의 조지 맥거번은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에게 50개주와 특별구 중에서 매사추세츠주와 워싱턴DC만 제외하고 49개주에서 패했다. 1984년 대선전에서 민주당의 월터 먼데일의 패배는 더욱 참혹했다. 52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에게 단지 13명의 선거인단으로 완벽하게 패했다. 민주당이 거의 망해가는 것으로 여겨졌다. 턱없이 과격한 진보당으로 변모해 가는 민주당을 중도 우파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내 여론이 확산됐다.

민주당의 브레인으로 활동하는 노스웨스턴대학의 알 프롬 교수가 아이디어를 냈다. 당내 보수파의 핵심 의제를 당의 중심으로 삼아 사람을 끌어모아 민주지도자회의(DLC)를 조직했다. 전통적인 민주당 정책을 깨면서 중도적인 정책을 세웠다. 조세, 근로소득공제, 국가서비스, 복지제도, 지역사회 치안, 국가무역 정책 등을 바꾸었다. 1985년의 일이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전국적인 리더십을 확보해 낸 이가 빌 클린턴이다. 중도주의로 탈바꿈하는 당의 분위기와 중앙정치로 향하는 클린턴의 권력욕이 잘 맞아떨어져 당력이 회복됐다. 마침내 클린턴은 1992년 대선전에서 공화당의 조지 H W 부시 현직 대통령을 누루고 백악관을 차지했다. 당의 중심은 민주지도자회의가 됐다. 이전 민주당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공화당을 뛰어넘는 보수주의 정책들이 민주당에 의해 시행됐다. 그래서 클린턴을 당의 울타리를 허물어뜨린 대통령이라고 한다.

클린턴의 선거에 동원된 캠페인 전략가들을 보면 주로 대기업 로비스트들이 주를 이룬다. 돈만 주면 무엇이든 한다는 그 유명한 딕 모리스와 더그 숀, 마크 펜이 대표적이다. 섣불리 우편향하다가 첫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상원과 하원 모두 소수당 신세가 됐다. 소위 ‘미국과의 계약’이라는 정강·정책을 부르짖은 공화당 소속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의 승리다(1994년에 치러진 중간선거는 공화당이 1952년 이후 42년 만에 상하원을 장악한 선거다. 이로써 미국은 신보수주의의 길이 활짝 열렸다).

집권 2년 만에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진 클린턴은 여론정치에 매달리게 된다. 이 때문에 클린턴은 자신의 정치적 스펙트럼을 더욱 오른쪽으로 이동시킨다. 세금 감면과 같은 공화당의 정책에 적극 협조하게 된다. 국민에게 인기만 좀 있으면 무조건 정책 입안을 했다. 클린턴 측의 여론조사 전문가인 마크 펜 보좌관에겐 대통령 이상의 권력이 생겼다. 대기업들의 목표는 클린턴이 아니고 마크 펜이었다. 클린턴은 국민들로부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면서 재임을 했다.

동북부 지역이 주류였던 민주당의 주도권은 남부 아칸소 출신 클린턴에게 넘어갔다. 민주당의 제자리 찾기로 오바마 시대로 넘어오는가 했지만 힐러리 클린턴의 장벽에 의해 당의 중심에 자리 잡은 친기업, 신자유주의, 자본세계화는 아직도 당의 중심 자리에 그대로 있다. 민주, 공화 양당이 경쟁적으로 기업과 자본을 우대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빈부 격차는 점점 벌어져갔다.

2008년 미국의 경제(금융)가 망했다. 소위 월스트리트 쓰나미라고 한다. 금융 자본가들이 국경 없이 투자에 투자를 반복하다가 국가 재정까지 바닥을 드러내 버렸다. 버락 오바마란 흑인 대통령이 나오게 된 경위다. 하지만 오바마 리더십도 한계를 보이며 ‘자본’ 위주로 위기관리를 했다. 그 틈새로 정치와 자본의 결합은 더욱 단단해졌다. 책임져야 할 기업과 자본가들은 오히려 구제돼 더 부자가 됐다. 하층·서민 유권자들이 갈 곳이 없다. 2016년에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2020년 선거의 이슈는 코로나19와 BLM(흑인 생명도 소중하다)이다. 두 이슈는 모두 ‘빈곤’이 주제다. 빈부 격차를 더 이상 방치하면 반란에 가까운 시민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으로 몰린 상황이었다.

조 바이든은 민주당 후보로 맞지 않는 인물이었다. 민주당 유권자들의 뜻과 무관하게 당내 중도노선의 군소 백인 후보들 간에 의견을 모은 단일 후보였기 때문이다. 2016년엔 그래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에게 패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바이든이 대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서 코너로 몰리고 있다. 바이든을 당선시킨 시민들의 불만이 그가 취임하기도 전에 폭발 직전이 돼서다. 장관급뿐만 아니라 대통령 임명 고위 공직자 다수가 기업이나 로비스트 출신들이다. 선거가 한창일 때엔 정책 태스크포스에 시민 대표, 활동가 대표, 비영리단체 대표, 현장노동자 대표 등을 참가시켰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인사권은 바이든의 오랜 측근들이 독점하고 있다. 무늬만 (소수계 여성) 다양성이고 내용은 기득권 독점이란 불만이 터지기 직전이다.

민주당 소장 진보파의 선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연방 하원의원은 아주 노골적이고 공개적으로 민주당 하원 지도자인 낸시 펠로시와 상원 원내대표인 찰스 슈머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대의 요구에 맞는 지도자를 낼 수 없는 이유가 당내 고령의 기득권자들 때문이란 강력한 지적이다. 바이든의 어려움은 강경 우파의 공화당이 아니고 민주당 내 개혁을 요구하는 소장파들의 목소리가 더 큰 문제로 보인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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