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뇌경색 원인 ⅓은 경동맥협착증… 절반 막혀도 ‘무증상’

목동맥 건강 ‘경고등’

경동맥에 지방 찌꺼기 쌓여 발병… 초기 증상 없어 위험 간과하기 쉬워
수 십년에 걸쳐서 생기기 때문에 50대 부터 유병률 높아지기 시작

경동맥초음파 검사 장면. 경동맥협착증은 뇌경색 원인의 20~30%를 차지한다. 50세 이상이면서 흡연·음주, 만성질환 등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들은 매년 목동맥의 협착 여부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경희대병원 제공

김모(45)씨는 최근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을 보여 급히 병원을 찾았다.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결과 왼쪽 대뇌혈관 여러 곳이 혈전(피떡)에 의해 막힌 ‘다발성 색전성 뇌경색’이 발견됐고 추가 검사에서 왼쪽 목동맥이 심하게 좁아진 ‘경동맥협착증’ 진단도 받았다. 목 동맥에 생긴 혈전이 떨어져 나와 위쪽 뇌혈관을 막은 게 뇌경색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씨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약을 복용하면서도 술과 담배를 끊지 못했고 그런 안 좋은 습관이 젊은 나이에 뇌졸중을 불렀다.

경동맥은 심장에서 뇌로 가는 혈액의 80%가 통과하는 중요한 혈관이다. 손으로 턱 아래 측면을 만져보면 맥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목 양쪽으로 두 개의 혈관이 있으며 양쪽 혈관이 한꺼번에 막히면 의식을 잃거나 바로 혈류 회복이 안 될 경우 생명을 잃는다. 흔히 서울과 지방 도시를 잇는 ‘경부고속도로’에 비유된다.

이런 경동맥에 지방 찌꺼기가 쌓여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뇌에 치명적일 수 있다. 뇌혈관이 막혀 생기는 ‘허혈성 뇌졸중’, 즉 뇌경색 원인의 20~30%가 경동맥협착증에서 비롯된다.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최석근 교수는 28일 “우리 몸에 남아도는 지방 성분이 목동맥 벽에 쌓이고 혈관벽이 두꺼워지면 심장에서 뇌로 가는 혈류를 방해한다. 심한 경우 혈관 안쪽 벽이 터져 붙어있던 기름 덩어리들이 뇌혈관으로 흘러가 뇌졸중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동맥이 절반 가까이 막혀도 아무런 증상이 없어 간과하기 쉽다는 점이다. 뇌졸중을 단순히 뇌혈관의 문제로만 생각해선 안 되는 이유다. 근본 원인의 최대 3분의 1을 차지하는 목동맥 건강에도 경각심을 가질 필요성이 제기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동맥협착증 진료 환자는 9만2853명으로 2015년(5만454명)보다 84%나 급증했다. 2019년 기준으로 남성이 여성 보다 1.5배 많았고 50대부터 크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각종 스트레스와 흡연·음주,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증가가 주된 이유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고준석 교수는 “특히 50대부터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은 30·40대에는 아직 젊다고 생각해 만성질환이 있는지도 모르고 알아도 관리를 잘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면서 “혈관 손상이 오래 지속되면서 경동맥협착증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경동맥협착증이 한 순간에 생기는 게 아니라 수십년에 걸쳐 생활습관이나 식성 문제 등이 쌓여서 초래된다는 얘기다. 그만큼 30·40대부터 꾸준한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

경동맥협착증이 무서운 이유는 혈관이 50% 가까이 막혀도 자각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초기 진단이 어렵고 발견돼도 증상이 없어 치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최석근 교수는 “어떤 사람은 혈관이 99% 막혔는데도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는 한쪽 경동맥이 막힐 경우 뇌 내부에 ‘윌리스환’이라는 혈관 연결 구조물이 있어 다른 쪽에서 혈류를 보충해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목동맥의 70% 이상 협착이 진행된 경우, 특히 남성이고 고위험 인자가 있다면 무증상이라도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50대이면서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당뇨, 심혈관계 이상, 비만, 고령, 흡연, 음주 등의 위험인자를 갖고 있거나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60대 이상이라면 예방적 차원에서 매년 경동맥의 협착 여부를 검사해 보는 것이 권고된다.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경동맥초음파검사를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필요 시 경동맥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면 훨씬 확실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이들 3가지 검사를 통해 혈관이 확실히 좁아졌다고 판단되면 치료를 감안해 가장 정확한 혈관조영검사까지 받는 게 좋다.

위험인자가 없는 일반인은 경동맥초음파를 초기에 시행해 거의 정상으로 나오면 2년에 한 번씩 받고 의미있는 정도의 경동맥 협착이 있는 경우엔 매년 검사해 더 좁아지는지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

50세 남성의 경동맥. 혈관이 모래시계처럼 좁아져 있다(왼쪽 화살표). 오른쪽은 스텐트풍선 확장술 후 혈관이 넓어지고 뇌혈류가 증가한 모습.

혈관이 70% 이상 좁아져 치료가 필요할 경우 크게 2가지 방법이 있다. 좁아진 혈관에 스텐트(금속 그물망)와 풍선을 넣어 혈관벽을 늘려주는 시술의 경우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이거나 심장병 동반 환자, 전신마취가 부적합해 수술 시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 비교적 안전하게 시행될 수 있다. 전신마취가 필요없고 회복이 빠르지만 재협착 가능성이 남아있어 유의해야 한다. 또 하나는 수술로 혈관 내 쌓인 지방찌꺼기를 직접 제거하는 것이다. 수술 후 재협착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최 교수는 “혈관벽이 딱딱하게 굳어 스텐트나 풍선 삽입으로 잘 늘어나지 않거나 스텐트 삽입 시 패인 혈관벽에서 기름덩어리들이 분화구에서 분출되듯 혈전이 생길 수 있을 때는 수술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고준석 교수는 “치료법은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혈관 상태, 협착의 위치 및 정도, 연령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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