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판단은… 낙태죄 유지 전제로 낙태문제 봐야한다는 것

태아는 사람 낙태는 살인이다 <16>

음선필 교수(왼쪽)가 지난달 27일 행동하는프로라이프 주최 ‘낙태법 개정, 제대로 가고 있는가’ 토론회에서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박주민 의원,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형법 개정안은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자고 한다. 이들은 입법 배경으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세운다. 헌재가 과연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헌재는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헌재는 헌법에서 부여받은 역할에 따라 현행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를 심사했을 뿐이다. 낙태와 낙태에 대한 처벌 자체의 위헌성을 논의하지 않았다.

헌재는 낙태죄 폐지 요구하지 않았다

헌재는 자기낙태죄의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4인의 재판관은 이런 취지로 입장을 밝혔다.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의 위헌성은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사유 말고도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낙태갈등을 겪는 경우까지 예외 없이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는 데 있다. 이를 위반해 낙태한 경우 형사처벌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경우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

무슨 말인가. 낙태죄 유지를 전제로 낙태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그리고 “입법자는 자기낙태죄의 조항을 만들 때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실제적 조화와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가 견해를 존중하라

따라서 헌재 결정을 이유로 한 낙태죄 전면 폐지의 법률안은 헌재의 취지에 반한다. 그뿐만 아니라 생명권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에도 반한다.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따른 14주 이내,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한 것은 타당한가.

정부의 형법 개정안은 낙태행위가 임신 14주 이내이면 사유를 불문하고, 임신 24주 이내에는 임신의 지속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처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 각각 의사에 의해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이루어진 때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입법자로서는 헌재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 임신한 여성의 생명과 건강에 끼치는 위해가 상대적으로 적어 낙태를 선택하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적절한 기간은 의학적 근거와 현행 의료수준 및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가의 견해를 존중해야 한다.

사회·경제적 사유는 애매하고 막연

사회·경제적 사유의 경우 헌재가 제시한 10가지 예시는 매우 애매하고 막연하다. 이를 그대로 낙태 정당화 사유로 삼기는 어렵다. 만일 이를 형법 규정에 담으려 한다면 태아의 생명권 상실을 감수할 정도로 심각하고 중대한 사회적 또는 경제적 사유로 엄격하게 국한해야 한다.

헌재는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을 임신 22주 내외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안은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의 허용 시점을 임신 24주 이내로 정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는 헌재의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다. 헌재의 입장보다 더 태아의 생명권을 소홀히 여기겠다는 정부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상담확인서가 낙태허용 문서 된다?

정부 개정안에서 “임신 여성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 절차에 따라 임신의 지속, 출산 및 양육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숙고 끝에 임신을 지속할 수 없다는 자기 결정에 이른 경우 낙태죄 예외규정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처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는 실체적 사실의 입증 문제를 상담 절차의 이행이라는 절차상 확인 문제로 치환한 것이다. 즉, ‘실체적 사실의 존재 여부’를 ‘형식적 절차의 이행 여부’로 바꾼 것이다.

그 결과, 상담기관의 전문성, 상담내용의 중립성, 상담절차의 신중성 및 숙고기간의 충분성 여하에 따라 상담이 자칫 형식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단히 크다. ‘상담사실 확인서’가 이른바 ‘낙태허용문서’로 전락하는 근거조항이 될 수 있다.

국회는 헌법에 따라 충실하게 입법해야

국회는 입법을 통해 헌법을 해석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때 헌법의 명문 규정과 헌법 이념 및 헌법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 헌재가 ‘헌법 가치 실현의 최소한’을 위헌심사의 판단 근거로 삼는다면, 국회는 ‘헌법 가치 실현의 최대한’을 입법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또한, 국회는 입법의 민주성 요청에 따라 입법사항에 관한 진지하고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다수 국민의 의견을 확인한 후, 이를 입법내용에 반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회는 태아의 생명을 최대한 보호하고 그 생명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헌법상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

음선필 홍익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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