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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로운 100년, 지켜야 할 약속

김정태 전국시도의회 운영위원장협의회장


서울시의회는 올해 1월 15일부터 2주간 ‘새로운 백년, 지켜야 할 약속-민주공화정 서랍전’이란 기획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이어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며, 잊어버린 민주공화정 100년의 서랍을 다시 열어 지켜야 할 약속들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재민주권(在民主權) 혁명이기도 했던 3·1독립운동으로 탄생한 상해임시정부로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민주공화정 100년의 꿈이 의회정치와 자치분권에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2020년 올해가 자치분권 원년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담은 전시회였다. 1919년 4월 11일 제정·공포된 임시정부 헌법인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고 선언했고, “대한민국은 임시정부가 임시의정원의 결의에 의하여 이를 통치한다”(제2조)고 해 대의민주주의와 최고 의결기관으로서 의회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1927년 3차 개헌으로 탄생한 ‘대한민국 임시약헌’ 제44조는 “지방행정조직은 자치행정 원칙에 의하여 정하고 자치단체의 조직과 권한은 법률로 정함”이라 하여 지방자치를 대한민국 국가 운영 원리로 삼았다. 이는 제헌헌법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은 대한민국의 국정 철학이자 원칙이 됐다.

1949년 7월 지방자치법을 공포한 이승만 정권은 정치 불안정을 이유로 지방자치제 시행을 미루다 돌연 6·25전쟁 포화 속에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지방자치를 장기 집권의 정략적 수단으로 삼았다. 4·19혁명으로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가 시행되지만 5·16 군사 쿠데타로 지방자치는 30년간 헌법 조문만 남기고 사라졌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것은 30년이 지난 1991년이다. 지방자치 부활은 6·10항쟁 결과였다. 그래서 지금도 제9차 개정 헌법 공포일인 1987년 10월 29일을 지방자치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그로부터 한 세대가 지나 올해 12월 9일 마침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30년 넘는 시간 동안 그토록 염원했던 숙원 과제가 반쪽짜리 개정이 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더욱이 ‘분권 개헌’을 대신한 정부 최초의 전부개정안이었기에 더욱 실망스럽다. 무엇보다 주민자치회 조항은 모두 삭제됐고 시·도의회 정책지원전문인력 도입 기준도 기대 이하다. 자치경찰제와 행정사무의 일괄이양법 역시 기대 이하이기는 마찬가지다. 원인은 지역사회와 지방정부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중앙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보지 못하는 데 있다. 여전히 중앙과 지방을 이분화 또는 대립시키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각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방분권의 희망을 놓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 민주공화정 100년의 꿈이었고, 민주주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민주공화정 100주년에 이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신발끈을 조이며 2021년 새해를 맞는다.

김정태 전국시도의회 운영위원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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