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원 확보 위해 도입… 선거 거치면서 공제 혜택 ‘눈덩이’

[스토리텔링 경제] 점점 더 복잡해진, 연말정산 변천사


‘13월의 월급’ 혹은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불리는 연말정산이 다음 달 15일 시작된다. 연말정산 시즌이 되면 유독 시끌시끌하다. 같은 월급을 받는데도 1년 동안 어떻게 돈을 썼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6년 전 연말정산 시즌 때는 제도 개편으로 환급액이 줄자 ‘세금폭탄’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서민경제 보호 차원에서 공제 한도가 커져 ‘13월의 월급’ 기대감이 높지만 그래도 막판까지 지갑을 두툼하게 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복잡해지는 ‘조삼모사’ 연말정산

연말정산은 국세청에서 1년 동안 간이세액표에 따라 거둬들인 근로소득세를 연말에 다시 따져보고, 실소득보다 많은 세금을 냈으면 그만큼을 돌려주고 적게 거뒀으면 더 징수하는 절차다.

정부는 매년 세금을 걷고, 이를 바탕으로 예산을 짜는데 근로자 개개인의 소득이나 소비를 미리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 때문에 일정 세율에 따라 임시로 세금을 매긴 뒤(원천징수) 연말에 근로자가 얼마를 벌어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파악한다. 이후 정산을 해서 원천징수액이 실제 내야 할 세금보다 많다면 근로자에게 돌려주고 적다면 더 내게 한다. 즉, 만일 연말정산을 통해 돈을 벌었다면 미리 냈던 세금이 원래 많았던 것일 뿐이다.

한국의 연말정산은 ‘월급쟁이’ 사회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제도다. 해외에도 유사한 세금 정산 체계가 있긴 하지만, 근로자 개개인이 직접 서류를 준비해 절차를 밟는 경우는 드물다. 연말정산은 1975년 처음 시작됐다. 당시 연말정산은 약 10개 정도 항목으로 구성됐다. 초기 연말정산은 세금 감면 혜택보다는 세원 확대와 세금 징수 편의를 위해 도입된 측면이 강하다.

공제 항목들은 정부 정책이나 선거 등 정치적 이유로 인해 추가·변경되면서 지나치게 확대되고 복잡해졌다. 정부가 세원 투명성을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면서 신용카드 사용액을 소득에서 일부 공제해준다거나,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며 전통시장에서 쓴 소비를 추가로 공제해준 것 등이 대표적이다.

한번 만들어진 공제 혜택을 없애는 것은 어렵다. 공제 혜택이 과하게 늘어난 나머지, 한국 근로소득자들이 실제로 내는 세율(실효세율)은 소득세법상 명목세율에 비해 매우 낮다. 2018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부담률이 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8.3%)와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도 이런 이유가 한몫했다.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란?

연말정산은 매년 세법개정을 통해 각종 소득·세액공제 범위가 바뀐다.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의 차이다. 소득공제는 세금을 부과하는 대상이 되는 ‘총급여액’에서 일정한 금액을 빼주는 제도다. 즉, 소득 규모를 줄여준 뒤 이를 토대로 세금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과세표준을 낮추면 그만큼 세금을 덜 내게 된다. 근로소득공제와 부양가족 수에 따른 인적공제, 각종 연금보험료공제, 고용보험료, 주택임차차입금 원리금 상환액, 특별소득공제 등이 있다.

세액공제는 내야 할 세금 자체를 깎아주는 제도다. 세금을 계산한 후 일정 금액을 깎아준다. 근로소득 세액공제, 자녀 세액공제, 연금계좌 세액공제, 특별세액공제(보험료, 교육비, 의료비, 기부금) 등이 있다. 보장성 보험료, 의료비 및 교육비, 기부금 등이 많다면 특별세액공제를, 그렇지 않다면 표준세액공제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2014년 ‘연말정산 대란’은 다자녀 추가공제, 연금저축 소득공제,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등 소득공제 항목이던 것들이 대폭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일어났다. 환급액이 줄어들면서 국민이 강하게 반발하자 정부는 보완대책을 만들어 세금을 추가로 환급해줬다. 다만 세액공제 방식 개편을 통해 조세 형평성과 역진성 해소를 일정 부분 이뤘다는 의의도 있다. 소득공제는 돈을 많이 쓴 사람일수록 혜택이 커지는 ‘역진성’ 문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카드 소득공제율 대폭 확대

올해 연말정산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내수 침체를 막기 위해 쓴 소비 진작 정책이 눈에 띈다. 특히 신용카드 등 사용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이 대폭 확대돼 소비를 많이 한 직장인들이 이득을 보게 됐다. 중소기업 취업자나 경력 단절 여성의 세액 감면 혜택도 확대됐다.

올해 3월부터 신용카드 30%, 체크카드·현금영수증은 60%로 공제율을 각각 2배로 올렸고, 4~7월에는 구분 없이 공제율을 80%까지 상향했다. 공제금액 한도도 30만원씩 늘어났다. 총급여 7000만원 이하는 300만원에서 330만원, 7000만~1억2000만원은 25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1억2000만원 초과는 200만원에서 230만원으로 인상됐다.

예를 들어 총급여액이 4000만원인 근로자 A가 매달 200만원씩 총 2400만원의 신용카드를 사용했다고 가정해보자. A의 총급여 25%(1000만원) 초과 금액만 따지면, 1~2월·8~12월 카드 사용분은 400만원·공제율 15%를 적용해 공제금액은 60만원이다. 3월 사용분 200만원·공제율 30%에 대해선 60만원의 공제금액이, 4~7월 사용분 800만원·공제율 80%에 대해선 공제금액 640만원이 나온다. 이를 모두 더하면 760만원이지만, 공제한도에 따라 330만원까지만 공제가 가능하다. 지난해 210만원을 공제받는 것에서 혜택이 커진 것이다. 여기에 대중교통, 전통시장, 도서·공연·박물관·미술관은 공제한도 100만원이 추가로 적용된다.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는 비과세 근로소득으로 분류해 총급여액에 포함되지 않기로 했다. 또 경력단절 인정 사유에는 결혼·자녀교육을 추가했고, 경력단절 기간 및 재취업 대상기업 요건도 완화됐다. 생산직 근로자의 연장 근로 수당 등에 대한 비과세 요건도 완화됐다. 창작·예술, 스포츠 등 임금수준이 낮고 인력 부족률이 높은 서비스산업 업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도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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