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한해 털고 가이소~ 기쁜 새해 보러 오이소~

소(牛) 관련 지명 많은 경남 거창

이른 아침 경남 거창군 가조면 우두산 의상봉에서 바라본 마장재 능선 모습. 왼쪽 우두산의 정상 상봉에서 오른쪽 마장재로 이어지는 길에는 흔들바위 등 기묘한 바위들이 즐비하다. 능선에서 멀리 경남 합천의 가야산도 조망할 수 있다.

내년은 신축(辛丑)년이다. 흰색에 해당하는 천간 ‘신’과 소에 해당하는 지지 ‘축’이 만난 상서로운 ‘흰 소띠’의 해다. 소(牛)는 오랜 시간 우리 민족과 함께한 가축으로, 근면·우직함과 풍요로움, 희생과 의로움을 상징하는 동물로 인식돼 왔다. 그와 관련한 지명도 전국적으로 731개다. 용(1261개)과 말(744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경남 거창군에는 소와 관련된 지명이 유독 많다. 먼저 최근 인기 있는 여행지로 떠오른 가조면(面)의 우두산(牛頭山·1046m). 산 정상의 형태가 소의 머리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백의 시 ‘산중답속인’에 나오는 ‘별유천지비인간’이라는 구절에서 따와 별유산이라고도 불린다. 상봉이 가장 높지만 의상봉(1032m)이 ‘가조 십경’ 중 첫번째로 꼽힐 정도로 더 인정받는다.

주차장에서 고견사를 거쳐 오르면 의상봉까지 1시간 남짓 걸린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 의상봉 바로 아래 닿으면 까마득한 나무데크 계단이 눈앞에 다가선다. 거대한 암봉으로 이뤄져 있는 정상에 서면 일망무제다. 북서쪽으로 백두대간 덕유산 줄기가 흘러가고 남동쪽으로 가까운 비계산, 서쪽으로 기백산·황석산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남쪽으로는 장군봉 왼쪽으로 가조분지가 화채그릇처럼 자리하고 있다.

의상봉에서 20여 분이면 우두산 정상에 선다.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다. 동북쪽에 경남 합천의 가야산이 시야에 잡힌다. 가야산에 상왕봉이 있다. 칠불봉보다 3m 낮지만 각종 가야산 지도에서 주봉 행세를 한다. 상왕봉도 봉우리가 소머리를 닮아 우두봉으로 불린다. 봉우리 위 널찍한 암반에는 ‘우비정(牛鼻井)’이 있다.

등산로 옆 높은 바위에 자리잡은 코끼리바위.

철쭉 군락지인 마장재 방향으로 하산하면 아기자기한 내리막 능선길이 이어지다가 암릉 구간이 나타난다. 코끼리바위, 흔들바위 등 조각품을 전시해 놓은 듯한 기묘한 바위가 곳곳에 자리한다.

마장재에서 주차장 방향으로 내려서면 우두산의 새로운 명소 ‘Y자형 출렁다리’에 닿는다. 60m 높이에 무주탑 현수교로 해발 600m 지점 암벽 3곳을 연결한다. 세 방향(동쪽 24m·북쪽 40m·남쪽 45m)으로 뻗어 나간 출렁다리의 총길이는 109m다. 다리 아래로 물줄기가 말라 버린 견암폭포가 걸려 있다.

60m 높이 무주탑 현수교인 Y자형 출렁다리.

코로나19 여파로 출렁다리는 출입통제 중이다. 지난 10월 정식 개장됐으나 1개월 여만에 폐쇄됐다.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해 주차장에서 바로 출렁다리로 가는 것은 통제중이지만 정상이나 마장재에서 내려오는 것은 막지 않는다. 직접 건너갈 수는 없지만, 다리 바로 앞에서 또는 전망대에서 눈으로, 마음으로 걸어볼 수 있다.

소의 머리를 만났으니 소의 뿔을 보러 가자. 웅양면과 가북면의 경계에 자리한 양각산(兩角山·1150m)이다. 양각이란 두 개의 소뿔을 의미한다. 높이 솟은 두 봉우리 중에 북봉이 정상이다. 이곳에 서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백두대간 마루금과 주변의 산봉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북쪽으로는 대덕산 너머 민주지산과 황악산이, 그 오른쪽으로 수도산이 펼쳐진다. 양각산 아래로는 흰대미산이 이어진다. 다음은 시코봉이다. 소의 코처럼 보인다고 해서 쇠코라고 하다가 시코가 됐다는 얘기가 있다. 웅양포도를 상징하는 정상석이 서 있다.

양각산 정상에서 본 시코봉과 그 너머 수도산 정상.

양각산의 옛 이름은 금광산(金光山)이다. 정상 동쪽에는 가북면 중촌리 심방마을이, 서쪽으로 웅양댐 위에 금광마을이 자리한다. 산은 소 구유를 뜻하는 사투리 소구시에서 온 구수마을, 쇠불알을 뜻하는 우랑(牛郞)마을 등을 품고 있다. 가북면에는 소가 맹수로부터 어린아이를 구했다는 전설이 깃든 우혜(牛惠)마을도 있다.

웅양면에서 경북 김천시로 넘어가는 고개는 우두령(牛頭嶺)이다. 우두령 어인마을에 김면장군공원이 조성돼 있다. 우척현(지금의 우두령) 전투에 대한 설명이 있다. 임진왜란 초기인 1592년 8월 16일(음력 7월 10일) 김면 휘하 곽준·문위·윤경남·박정번·유중룡·조종도 등 의병장과 2000여명의 의병이 관군과 합세해 거창을 통해 호남을 침략하려던 왜군 제6진 고바야카와 다카카게의 일본군과 싸워 대승을 거뒀다.

여행메모
우두산 입구 ‘힐링·치유’ 항노화힐링랜드
의상봉~정상~마장재 ‘원점 회귀’ 5시간

웅양면 우랑마을 입구를 지키는 두 그루 소나무.

경남 거창군 우두산 입구 항노화힐링랜드는 광주대구고속도로 가조나들목에서 가깝다. 수도권에서 간다면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하다 고령분기점에서 갈아타면 된다. 항노화힐링랜드 주차장에서 의상봉까지는 2.2㎞다. 안내도에 1시간 걸린다고 돼 있지만 길이 가파른 만큼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것이 좋다. 정상을 지나 마장재를 거쳐 하산하면 휴식시간을 포함해 5시간 이상 소요된다.

평소 항노화힐링랜드 주차장 가는 길은 통제된다. 주차장에서 1.3㎞ 아래 공터에 주차한 뒤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이곳에 주차 공간이 없으면 가조면 소재지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주차요금은 아직까지는 무료다. 내년에 유료화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여파로 Y자형 출렁다리는 폐쇄됐다. 주차장에서 마장재 방향으로 접근하는 탐방로도 통제 중이다. 우두산 정상이나 마장재를 통해 거꾸로 내려오면 출렁다리 바로 앞까지 다가갈 수 있다. 항노화힐링랜드는 치유의 숲, 자연휴양림, 산림치유센터, 자생식물원 등 힐링과 치유를 주제로 한 다양한 산림관광자원을 갖추게 된다. 2021년 말 조성이 완료될 예정이다.





거창=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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