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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 새해 정치, 5가지만 고치자

손병호 논설위원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이맘때가 되면 개인이든, 조직이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한 해를 설계한다. 예전의 나쁜 모습은 털어내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하려 한다. 우리 정치권도 그래 주길 바란다. 정치인들부터 달라져 품격 있고 생산적이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쳐주길 기대한다. 정치가 달라지려면 현재와 같은 악다구니 정치를 양산하는 구조를 들여다보고 거기에서 최대한 벗어나려 애써야 할 테다.

우선 새해에는 ‘라디오 정치’부터 달라지면 좋겠다. 대한민국 정치는 식전에 라디오에서 싸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프로그램들이 사실상 정치 프로그램이 된 지 오래됐다. 심지어 교통 정보 전달에 특화해 출발한 tbs 교통방송이 아침에는 1등 정치 방송으로 변신한다. 무슨 사안만 터지면 상대를 공격하거나, 반대로 공격을 뭉개기 위한 출연이 줄을 잇는다. 라디오가 곧 정쟁의 장이 됐다. 방송국들 입장에선 급할 때 섭외하기 쉽고, 또 싸우는 코너가 잘 먹히니 정치인들을 자주 부르겠지만 이로 인한 폐해가 만만치 않다. 방송사들이 아침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정치적 내용으로만 채우지 말고, 특히 쌍방 공격의 장이 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부터 정쟁을 부추기는 성격의 코너라면 출연을 거부해야 한다.

라디오가 정쟁의 전초전이라면, 여야 정당의 아침 회의는 본선이다. 지도부 회의는 거의 예외 없이 상대를 비난하는 회의가 됐다. 최고위원회의는 ‘최고비난회의’, 원내대책회의는 ‘정쟁대책회의’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게다가 당 대표부터 원내대표, 최고위원들까지 줄줄이 상대에 대한 비난을 이어간다. 앞으로는 그런 역할은 한두 명한테만 맡기고 나머지 회의 참석자들은 건설적인 정책 제안이나 국민 고충을 전달하는 기회로 회의를 활용하길 바란다. 비난도 이따금 해야 아픈 것이지, 아침마다 하면 양치기 소년의 외침처럼 외면받기 일쑤다.

아침 회의가 지나가면 볼썽사나운 SNS 정치가 다가온다. 정치인들은 물론 요즘은 장관, 오피니언 리더들까지 SNS로 정쟁을 부추기는 세상이 됐다. 공식적인 마이크 앞에서 하지 못하는 말을 맘껏 쏟아낼 수 있으니 언사는 더 거칠어지고, 정치의 품격은 한없이 고꾸라진다. 정치인들도 SNS로 얼마든지 의견을 밝힐 수는 있다. 하지만 새해에는 SNS에서 거친 표현이나 막말, 상대에 대한 조롱성 언급 등은 하지 말길 바란다. 행정안전부가 몇 개월 전에 횡단보도 사고를 막기 위해 ‘1·2·3·4 어린이 교통안전’ 표어를 발표했는데 정치인들도 SNS에 글을 올릴 때 준용해보면 좋겠다. 1은 일단멈춤, 2는 이쪽저쪽 살핀 뒤, 3은 3초간 대기하다 건너면, 4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준수하면 질서를 잘 지키는 착한 어린이가 될 수 있다고 하니, 정치인들도 조금만 더 신중해지면 ‘착한 SNS 정치’를 펼칠 수 있으리라.

새해에는 ‘노 딜(no deal)의 정치’도 끝냈으면 좋겠다. 21대 국회 출범 이후 쟁점을 놓고 여야가 뭐 하나 변변하게 합의한 게 없다. 예전 같았으면 원내대표들 간 회동 일정이 잡히면 뭔가 합의가 됐다는 신호였는데, 지금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만난다고 해도 아무도 그런 일이 생기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심지어 중재자인 박병석 국회의장과 셋이 만나도 번번이 노 딜로 끝난다. 그러니 국회 주변에서 “야합이라도 좋으니 딜 좀 해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새해에는 여야 대표들과 원내지도부가 한 발씩 양보해 반드시 결과물을 내는 ‘절충의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끝으로 정치인들이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팬덤 정치를 그만했으면 한다. 아무리 그들 덕분에 표를 좀 얻었다 해도 제도권 정치로 들어온 이상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다수 국민을 위한 보편타당한 정치를 하는 게 도리다. 극성파의 요구에 너무 좌우되면 그건 본인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논어 위정편에 ‘군자 주이불비, 소인 이비부주(君子 周而不比, 小人 比而不周)’라는 대목이 나온다. 군자는 두루 어울리되 편을 갈라 비교하지 아니하고, 소인은 편을 갈라 비교만 하지 두루 어울리지 못한다는 의미다. 새해에는 정치인들이 편 가르기에서 벗어나 국민 통합에 앞장서는 군자 같은 정치를 해주기 기대한다.

손병호 논설위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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