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수련의 장, 코로나 환자 품는 회복의 공간이 되다

생활치료시설로 제공된 소망교회 소망수양관을 가다

코로나19 생활치료시설로 제공된 경기도 광주 소망수양관 후문 격리통로에서 구급대원들이 감염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광주=강민석 선임기자

아침 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떨어진 30일 오전 경기도 광주 곤지암읍에 있는 소망교회(김경진 목사) 소망수양관에 도착했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 경찰이 지키는 외곽 초소를 통과하니 녹색과 빨간색 화살표가 나타났다. 빨간색은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가 드나드는 건물 후문, 녹색은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 공무원 용역업체 직원들이 출입하는 정문으로 이어진다. 소망교회 집사인 황의청(65) 소망수양관장이 정문 출입구에서 취재진을 맞이했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지금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친구들의 세밑 금식 수련회가 한창이었을 겁니다. 소망수양관은 1993년 완공 이후부터 한국교회를 위한 장소로 이용됐습니다. 소망교회 자체 이용률은 20% 미만이었고, 교계 여러 기관의 수련회 사경회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2014년 방마다 화장실을 갖춘 구조로 리모델링을 마쳤고 이 때문에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자 곧바로 서울시 생활치료시설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환자 수용 전 촬영한 2인실 내부 모습. 광주=강민석 선임기자

코로나19 경증 및 무증상 감염자 110여명을 수용하고 있는 소망수양관은 적막 그 자체였다. 앰뷸런스조차 사이렌을 멈추고 불빛만 내며 접근해 환자를 건물 후문에 내려놓는다. 환자는 컨테이너와 격리복도를 통해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4~7층 객실로 이동한다. 4·6층은 남성, 5·7층은 여성 환자를 위한 객실이다. 한 방에 2~3인씩 10일에서 14일까지 방에서만 머문다. 식사는 방역 장비를 갖춘 요원들이 입구에 내려놓는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지난 17일 생활치료시설로 문을 연 소망수양관에는 한때 150여명까지 환자가 늘어났다가 성탄절을 보내며 차차 인원이 줄고 있었다. 이날도 26명이 퇴소했다. 코로나19 환자 발생이 줄었다기보다 수도권 다른 곳 생활치료시설이 확충됐기 때문이지만, 그래도 적막 속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숫자였다. 곳곳에 놓인 ‘코로나19 감염 위험, 관계자 외 출입 금지’ 표지판보다 ‘함께 막으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에 더 눈길이 갔다.

2층 상황실에서 내부 구조를 설명하는 황의청 소망수양관장. 광주=강민석 선임기자

수양관 3층은 함께 숙식하며 환자를 돌보는 순천향대 서울병원 의료진과 서울시청 공무원들의 숙소다. 2층엔 수십 대의 CCTV를 점검하는 상황실과 의료팀 사무실이 있다. 점심시간 직후 잠깐 문을 연 1층 카페에서 소망수양관 직원들이 무료로 커피를 내려 지나가는 방역 요원들에게 테이크아웃으로 전달했다. 피아노 반주의 조용한 찬송가가 낮은 소리로 울려 퍼졌다. 직원 임성경 집사는 “고생하는 분들께 마음의 위로를 전하기 위해서 정성을 들여 커피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설 점검차 방문한 한제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은 “교회에서 좋은 시설을 내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오늘 둘러본 내용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의료진이 1차로 환자 대응을 맡고 있지만, 수양관 건물의 난방 온수 등 기본 관리와 응급상황 대처를 위해 소망수양관 직원들도 함께 일하고 있다. 영하의 강추위 속에서 앰뷸런스가 드나드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제설 및 제빙 작업을 도맡는다. 환자들이 퇴소할 때도 별도 격리통로로 빠져나가기에 직원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잘 회복됐는지 인사조차 건넬 수 없는 현실이지만, 황 관장은 “치유 시설로 쓰이는 것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성 수련을 하던 곳이어서 원래는 방에 TV가 없었는데, 서울시가 격리시설로 바꾸며 방마다 TV를 넣었다”면서 “수양관에선 곽선희 김지철 김경진 목사님의 책과 함께 기드온협회의 성경을 방마다 넣었다”고 전했다.

다들 꺼리는 코로나19 환자들을 수용하고 치유하도록 돕는 시설을 제공한 것 자체가 선한 사마리아인을 떠올리게 했다. 김경진 목사는 “성탄절에 이어 1월에도 수양관을 찾아가 머무는 분들과 돌보는 분들께 간식이라도 전하고자 성도들과 마음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내가 아프면 이웃이 아프며, 교회와 사회가 한 몸임을 더 절절히 깨닫는다”면서 “새해에도 세상과 소통하면서 빛과 소금이란 교회의 본래 자리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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