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왜? 불로소득 아냐” 국민들 생각 달라졌다 [이슈&탐사]

[자본소득, 생존의 뉴 노멀이 되다] ① 근로소득, 의문의 1패 - 여론조사 결과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잠실과 삼성동 일대. 권현구 기자

국민 4명 가운데 3명은 현재 근로소득으로는 원하는 수준의 부를 축적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4명은 부동산으로 번 돈이 불로소득이 아니라고 인식했다. 20대 10명 중 7명은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 사람을 닮고 싶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비영리 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과 함께 여론조사 업체 티브릿지에 의뢰해 12월 21~22일 근로소득과 투자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응한 만 18세 이상 1004명 가운데 75.8%는 ‘현재 일해서 얻은 소득을 성실히 모으면 원하는 수준의 부를 축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다’는 응답 18.3%, ‘모름’ 5.9%였다. 조사는 무선 임의전화걸기 방식 자동응답 시스템(ARS)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2.9%이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연령대별로 30대에서 근로소득을 통한 부의 축적이 어렵다는 응답이 82.6%로 가장 많았다.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개인 노력에 의한 성취가 얼마나 제한적인지 깨달은 사회초년생의 좌절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취재팀의 별도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도 근로소득의 가치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희준(32)씨는 “월급으로 적금만 열심히 해서는 집이나 차를 사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다복(24)씨는 “시간 대비 수익으로 볼 때 근로소득의 가치는 주식과 부동산에 비해 엄청 낮다”고 말했다.


응답자 다수는 근로소득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열심히 일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1.6%가 ‘그렇다’고 답했다.

근로소득에 대한 시각과 대조적으로 응답자들은 자본소득에 포용적인 태도를 취했다. ‘주식 투자로 번 돈은 불로소득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4.2%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부동산 구매로 번 돈이 불로소득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가 41.5%였다. ‘그렇다’(51.3%)보다는 적었지만 응답자 상당수가 부동산 수익을 불로소득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수익을 불로소득으로 보고 규제를 강화해 왔지만 그 전제에서부터 다른 시각을 가진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 소득구간별로 소득이 많을수록 부동산 수익을 불로소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월 수입이 500만원 이상인 응답자의 63.1%와 400만~500만원인 응답자의 52.8%가 부동산 수익을 불로소득이 아니라고 봤다. 연령대별로는 30대의 43.8%, 40대의 43.6%, 50대의 44.7%가 부동산 수익이 불로소득이 아니라고 답했다.

인식 대전환 중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세대별로 극명하게 나타났다. 젊은 세대일수록 자본을 이용해 돈을 버는 일을 긍정적으로 보고 선망했다. 자본소득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 사람을 닮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20대의 70.5%와 30대의 58.3%, 40대의 57.0%가 ‘그렇다’고 답했다. 50대와 60대 이상은 이 질문에 대해 각각 43.3%와 30.2%만 ‘그렇다’고 답했다.


다주택 보유에 대한 시각에서도 20, 30, 40대가 50, 60대에 비해 더 허용하는 입장을 보였다. 20대의 57.9%, 30대의 57.6%, 40대의 59.2%는 ‘능력이 있으면 여러 채를 갖고 있어도 상관없다’고 답했다. ‘1가구 1주택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응답 비율은 20대 32.5%, 30대 35.5%였다. 반면 60대 이상에선 59.2%가 ‘1가구 1주택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전체적으로는 ‘여러 채를 갖고 있어도 상관없다’(49.1%)가 ‘1가구 1주택 원칙을 지켜야 한다’(43.9%)보다 우세했다.

만약 자신이 청와대 고위 공직자이고 서울 강남에 주택이 2채 있다면 처분하고 자리를 유지할 것인지를 물었을 때도 연령대별로 시각이 달랐다. 20대의 경우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자리를 그만뒀을 것’(50.3%) 의견이 ‘주택을 처분하고 자리를 유지했을 것’(36.7%)보다 많았다. 30대와 40대도 자리를 그만뒀을 것이라는 의견이 더 많았다. 나이가 적을수록 명예보다 실질적인 이익을 중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60대 이상은 ‘주택을 처분하겠다’(49.9%) 의견이 ‘처분하지 않겠다’(31.8%)보다 우세했다.


‘주식, 부동산 투자 방법을 시간과 돈을 들여 배우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에도 20대는 ‘그렇다’(61.2%)가 ‘그렇지 않다’(30.5%)에 비해 두 배가량 많았다. 30대도 ‘시간과 돈을 들여 배우고 싶다’는 의견이 57.4%로 ‘그렇지 않다’(37.4%)에 비해 훨씬 많았다. 반면 50대는 ‘그렇지 않다’(53.1%)가 ‘그렇다’(38.0%)보다 많았고 60대에서는 그 차이가 더 벌어졌다.

‘사회에 해를 끼치거나 경영진이 물의를 일으킨 기업의 주식이라도 수익률 전망이 좋으면 투자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20대의 41.8%와 30대의 40.3%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전체적으로는 ‘그렇지 않다’(64.8%)가 ‘그렇다’(27.2%)보다 더 많았다.

응답자 30% “가난은 개인 탓”

자본소득에 관한 인식 변화는 빈곤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투자 수단이 많아진 현재, 가난이 계속되는 것은 개인이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30.7%가 ‘그렇다’고 답했다. 소득이 많고 스스로 규정하는 계층이 높을수록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계층이 ‘상’이라는 응답자의 51.9%가 ‘가난은 개인 탓’이라고 답했다. 월 수입이 500만원 이상인 응답자의 39.5%, 400만~500만원인 응답자의 34.1%도 이에 동의했다.

한편 응답자의 절반인 52.7%는 ‘최근 1년간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박탈감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60.7%)와 40대(55.0%)에서 박탈감을 느꼈다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스스로 생각하는 계층별로는 ‘중’(54.1%) ‘중하’(55.3%) ‘하’(58.7%) 계층에서 박탈감을 느낀 사람이 더 많았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가장 큰 이유를 고르라는 질문에는 37.3%가 ‘부동산’이라고 답했다. ‘소득 불균형’이라는 응답은 18.5%였고 ‘금융자산 불균형’이 13.3%, ‘교육기회 불균형’이 10.0%였다. 특히 20대에서 ‘부동산’을 고른 비율(41.1%)이 높았다. 20대에서 ‘소득 불균형’을 양극화의 이유로 고른 응답은 9.5%에 불과했다.

조사를 공동으로 기획한 ‘공공의창’은 2016년 비영리 공공조사가 필요하다는 데에 뜻을 모아 출범한 단체다. 정부나 기업의 의뢰를 받지 않고 비용은 십시일반 자체 조달해 의뢰자 없는 공공조사를 하고 있다. 티브릿지 리얼미터 리서치뷰 우리리서치 리서치DNA 조원씨앤아이 코리아스픽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국여론연구소 피플네트웍스리서치 서던포스트 세종리서치 소상공인연구소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여론조사 및 데이터 기관 14곳이 참여하고 있다.

이슈&탐사2팀 권기석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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