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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예방적 살처분

라동철 논설위원


인류의 관심이 온통 코로나19에 쏠려 있지만 국내에서는 또다른 감염병과의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닭 오리 등 가금류 사육 농가를 위협하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의 방역전이 그것이다. 지난해 11월 26일 전북 정읍의 오리 농장에서 2년8개월 만에 고병원성 AI가 다시 발생한 이후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연말까지 37곳에서 확진됐고 올해도 5곳이 추가돼 2일 기준 발생 농가는 42곳으로 늘었다.

방역 당국은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적 살(殺)처분이란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발생 농가는 물론이고 반경 3㎞ 이내 농가의 가금류를 감염 여부를 따지지 않고 모조리 살처분하고 있다. 이번 AI 발생 이후 살처분됐거나 대상인 가금류는 200여 농가에서 1000만 마리가 넘는다. 발생 농가보다 주변 농가에서 살처분되는 개체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예방적 살처분은 다른 감염병, 다른 가축에도 적용된다. 발굽이 2개인 동물에 치명적인 구제역이 발생하면 소 돼지 염소 사슴 등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되면 돼지가 몰살된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20여년간 살처분된 가축이 9800여만 마리다.

살처분은 가축에도 못할 짓이지만 농가와 작업에 동원된 이들에게도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집단 매몰에 따른 토양 오염과 침출수 피해가 심각하고 보상비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예방적 살처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동물 친화적인 방식으로 닭을 사육하고 있는 경기도 화성의 한 농장이 최근 예방적 살처분 행정명령 이행을 거부하면서 이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다른 나라들도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강력한 곳은 없다. 일본 미국 영국 등은 발생 농가만 대상이고 주변 농가는 정밀 검사를 통해 문제가 드러나야 살처분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대상이 반경 1㎞ 이내다. 방역 당국은 행정편의주의에 빠져 기계적이고 과도하게 예방적 살처분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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