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대유행 멈출 집단면역, 접종률·속도에 달렸다

코로나19 백신 도입 가시화

게티이미지뱅크

美·英, 인력·유통망 탓 접종 더뎌
반면교사 삼아 대비 철저 목소리
정부, 11월 전 집단면역 도달 계획
일각 백신 추가 확보 필요성 지적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계획이 사실상 확정됐다. 지난 연말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 계약을 완료함으로써 기존 3개 제약사와 국제공동구매·분배 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 선구매 분량을 포함해 전국민이 맞고도 남을 5600만명분(1억600만 도스)을 확보했다.

일부 전문가는 항체 지속기간이나 접종 과정에서의 돌발변수 등 불확실성을 고려해 추가 분량 확보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집단면역 형성(인구의 60~70%)에 충분한 물량으로 추가 도입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백신 도입 시기도 가시화됐다. 아스트레제네카와 코백스 퍼실리티 백신은 이르면 2월, 얀센과 모더나는 2분기(모더나는 5월로 공표), 화이자 백신은 3분기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각 시기별 도입 물량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조만간 접종이 시작되더라도 코로나19 대유행을 늦추거나 멈추게 할 집단면역을 위해선 접종 속도와 접종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정부는 의료인, 요양시설 거주자 등 우선 접종자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해 가급적 3분기말까지 접종을 완료하고 인플루엔자(독감)시즌인 11월 전에 집단면역에 도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먼저 접종에 들어간 미국과 영국 등에서 백신 물량이나 접종 시설·인력 부족, 콜드체인(저온 유통·보관 체계) 등 인프라 문제로 당초 목표치를 휠씬 밑도는 등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접종 속도가 빠르다고 집단면역 형성이 잘 되는 건 아니다. 급하게 진행되면 오히려 부작용이 제대로 모니터링 안되거나 지난번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안전성을 지키면서 접종률을 높이는 구체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일 “코로나19 종식에 있어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이 중요하지만 현실 세계에선 백신 접종률이 실질적으로 더 큰 요소”라면서 접종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강조했다. 보관·유통 조건, 접종 횟수 등을 감안해 효율적 접종이 가능하도록 우선 순위와 대상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SNS에 “최근 영국 정부가 내놓은 2회 접종→1회접종이나 1, 2회 접종 백신을 달리하는 ‘교차 접종’지침의 경우 초기 접종자 확대나 접종율을 높이려는 방안으로,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검토하려면 과학적 근거를 더 쌓아야 한다”면서 “영국 사례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스트라백신, 늦었어도 게임 체인저?

한국에 가장 먼저 도입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옥스퍼드대와 함께 ‘바이러스 벡터(전달체)’플랫폼으로 개발됐다. 침팬지에 감기를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5형(Ad5)에 비활성화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집어넣는 방식으로 만들어 인체에 투여, 면역반응을 끌어내는 원리다. 운반체로 쓰인 아데노바이러스는 인체 무해하다. 3상임상시험에서 평균 70.4%(62~90%)의 예방효과를 보였고 우려할만한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극히 드문 신경염증성 질환이 보고됐으나 인과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지난 연말 세계 최초로 18세 이상 접종에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데이터는 상반기에 추가될 예정으로 현재까지 근거로 효과적일 걸로 예상된다. 과거 특정 물질에 과민반응을 보인 사람은 접종에서 제외됐다. 동일 용량으로 2회 접종하며 접종 사이 간격은 1차 접종 후 4~12주 내에 2차 접종이 권고됐다. 효능을 높이기 위한 2차 접종 간격은 당초 28일에서 더 넓어졌다. 영국 보건당국에 의하면 1회 접종 후 22일째부터 보호 효과가 나타나며 3개월까지 70~80%의 효과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영국 당국은 “4~12주 간격으로 접종할 경우 효과가 좋았으며 1회 접종만으로도 어느 정도 보호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인구집단에서 1회 접종을 제공하기 위한 지침 변경”이라고 밝혔다. 또 1회와 2회 접종 백신의 종류를 달리해도 된다는 얘기도 했다. 초기 접종자 수를 늘려 지지부진한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려는 자구책으로 보이나 전문가들은 “백신 효능을 떨어뜨리고 백신의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됐던 저용량 방식(1회-절반 용량, 2회-전체 용량)의 접종은 자료 부족으로 승인되지 않았다.


일반 냉장온도인 영상 2~8도에서 최대 6개월간 운송·보관이 가능해 기존 유통체계로 감당 가능하다. 값도 싼 편이다. 1회(도스) 당 2700~5500원 정도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명분을 선구매했다. 일각에선 유통보관이 용이하고 가격이 저렴해 개발도상국으로 접근성이 높아 향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분기 한국 도입이 예상되는 존슨앤존슨(얀센)의 백신도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달리 아데노바이러스26형(Ad26)을 운반체로 사용한다. 지난해 9월부터 전세계 6만명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3상은 1분기에 종료될 전망이다. 잠정적인 시험결과는 이달 안에 나온다. 정재훈 교수는 “얀센 백신은 아직 자세한 효과와 용법에 대한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보다 미국 승인이 빠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미국에선 긴급사용 승인이 나지 않았다. 저용량 방식 등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오는 4월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날 것으로 보인다. 얀센 백신의 접종 횟수는 다른 백신과 달리 1회다. 아스트라제네카 제품과 마찬가지로 보관과 유통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 2∼8도에서 6개월 보관할 수 있다. 바이알(병) 개봉 후 30도까지 실온에서 6시간 안에 사용하거나 냉장 보관은 48시간 가능하다. 백신 가격은 1회당 약 1만900원 정도로 알려졌다.

모더나·화이자 백신 효과면에서 최고

각각 2, 3분기에 국내 도입될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 내도록 하는 유전물질인 ‘메신저RNA(mRNA·리보핵산)’를 지질로 된 작은 주머니에 감싸서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살아있는 바이러스 자체를 넣는 게 아니어서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체내서 증폭이나 재생산되지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한 번도 개발된 적 없는 백신 플랫폼이어서 실제 접종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알 수 없다.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은 미국에서 각각 18세, 16세 이상 접종으로 사용 허가됐다. 3상 임상시험결과 모더나 백신은 전체 인구집단에서 94.5%, 65세 이상에선 100% 효능을 보였다. 화이자 백신은 전체 인구에서 95%, 55세 이상에서 93.7%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

부작용은 영국의 화이자 백신 접종군에서 유사 아나필락시스(급성 쇼크에 준하는 알레르기 반응), 모더나 백신의 경우 안면신경마비 발생 사례가 보고됐다. 이 때문에 과거 알레르기 반응 이력이 있는 사람은 접종이 금지됐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열에 약한 mRNA의 특성상 보관 및 유통이 까다로운 게 단점이다. 특히 화이자 백신은 영하 60~80도 초저온 냉동 보관이 필수다. 식염수에 희석해 접종하고 희석 후에는 영상 2~25도에서 보관하며 6시간 내 접종해야 한다. 21일 간격으로 2회 맞아야 한다.

모더나 백신은 화이자 제품보다는 조건이 덜하다. 영하 15~25도에서 얼린 채로 공급되며 접종 전 녹여 사용한다. 영상 2~8도에서도 30일간 보관 가능하다. 열지 않았다면 8~25도에서 12시간 정도 보관할 수 있다. 한번 사용하면 2~25도에서 6시간을 쓸 수 있다. 28일 간격으로 2회 접종해야 한다.

값은 둘 다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화이자 백신은 1회당 2만1000원, 모더나 백신은 1만7000~4만1000원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 화이자 백신 1000만명분 구매를 계약했다. 아울러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GSK-사노피 등이 참여하는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선 1000만명분이 공급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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