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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정인아_미안해

한승주 논설위원


2019년 6월 10일 3.6㎏으로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 위탁가정에서 지내던 정인이는 피부가 희고 볼살이 통통한 활달한 아이였다. 그러던 정인이가 지난해 2월 입양된 후 달라졌다. 피부가 검게 변하고 표정은 어두워졌다. 입양된 지 271일 만인 2020년 10월 13일 정인이는 돌연 죽음을 맞는다. 겨우 16개월, 온몸에 멍이 들고 크게 다친 상태였다. 정인이의 갈비뼈는 그동안 수차례 부러졌다 다시 붙기를 반복했다. 사망 당시 복부는 장기가 터져 피로 가득 찼다. 담당 의사는 명백한 아동학대라고 말했다.

지난 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관련 내용이 방영된 후 정인이에 대한 애도와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양부모는 지속적인 폭력으로 정인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경찰은 어린이집 교사, 이웃, 소아과 의사의 3차례나 되는 학대 의심 신고를 모두 문제없다며 내사 종결 또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우리 사회가 몇 번이나 아이를 지킬 기회를 놓치는 사이, 정인이는 긴 시간 고통을 참아내다 끝내 하늘의 별이 됐다. 이런 비극은 정인이만의 일은 아니다. 2018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28명에 이르고, 아동학대 사건의 약 80%가 가정에서 이뤄진다. 지금도 어디선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정인이가 살려 달라 신호를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힘없는 생명에 가해지는 폭력은 잔인하다.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연예인 등 많은 국민이 방송 제작진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제안한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에 참여했다. SNS 등에 ‘#정인아_미안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이 쓰고 싶은 짤막한 문구를 올렸다. 정치권도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아동학대 형량을 2배 높이고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했고, 국민의힘도 관련 법과 제도 정비를 약속했다. 정인이 죽음의 실체는 무엇인가. 의도치 않게 사망한 아동학대 치사인가, 아니면 매우 고의성 있는 악질적인 살인인가. 무엇이 더 합당한 죄목일까. 양부모에 대한 재판은 오는 13일 시작된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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