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코로나로 묻어둔 기업부실… 상반기 수면위로 드러날까

경기 회복기 복병 경계령


신축년 벽두부터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증시가 이에 화답하면서 코스피지수가 2900선을 가뿐히 뚫고 3000 고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즉 노멀(정상) 상태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올 복병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나타난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긴축발작)을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옥석가리기 등 출구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다.

부실기업 링거 주사 언제 빼나

지난해의 마이너스 성장을 딛고 일어서는 기저효과까지 감안하면 올해 경제지표는 지난해보다 높은 수치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경제가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뒤편엔 그동안 현재화하지 않고 미래로 돌려놓은 부실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었던 금융시장이 그나마 빠르게 회복된 것은 중앙은행을 통한 전례 없는 신용공급과 금리인하를 통한 유동성 확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기업에 대한 대출보증 및 만기연장 조치로 청산돼야 할 부실기업이 정상기업과 섞여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말 발표한 ‘2020년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채권은행 기업신용위험평가 결과 157개사가 구조조정대상 부실징후기업으로 2019년 210개사보다 53개사 줄었다. 한계기업으로 분류되는 세부평가대상기업은 3307개에서 3508개로 늘어났음에도 부실징후기업이 줄어든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배제한 덕분이다. 유동성 지원으로 연체율이 감소한 데다 특히 대기업은 상반기 신용위험평가를 하반기로 연기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이자지급능력이 취약한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 1 미만 기업 비중이 2019년 상반기 37.3%에서 2020년 상반기 42.4%로 크게 상승한 데서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묻어둔 기업부실을 마냥 안고 갈 수는 없다는 데 있다. 당장 올 상반기에 한꺼번에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IBK투자증권은 4일 신축년 11문11답 보고서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신용등급 조정 추이를 보면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거의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유는 결산월이 고르게 분포돼 있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12월 결산 법인이라는 특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신용등급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아직 많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올해 3월과 4월 이후 코로나19 영향이 충분히 반영된 지난해 재무제표를 가지고 신용평정이 이뤄지면 지난해 상반기와는 크게 다른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부실기업과 구조조정’ 보고서에서 올해 정기평가뿐 아니라 수시평가가 이뤄질 경우 구조조정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는 부실징후기업 수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재무부가 더 이상 민간기업에 대한 채무보증을 해주지 않겠다고 발표한 데서도 드러나듯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 세계 기업들이 자칫 부실의 현재화로 몸살을 앓을 수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주요 신용평가사들도 이런 이유로 올해 이후 부도 확률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앙은행, 딜레마 가능성

경기 진작을 위해 슈퍼예산을 짠 정부는 올해에도 국채 발행 물량 증대를 통해 이를 소화할 예정이다. 이에 중앙은행은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초저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예년보다 더 상반기 수급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채권 금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물가의 반등 폭도 크게 나타날 수 있어 경기와 향후 금리 방향성에 대한 논쟁이 불거질 수 있다. 상반기 금리상승 압박은 기업은 물론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 가계부채 위험까지 증대시킬 수 있다. IBK증권은 “장단기 금리차가 벌어져 물가상승률과 맞물리면 하반기 이후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금융 불균형 해소 여부도 관심사다. 우리나라 경제지표와 주식시장 지표를 통해 보면 명목 GDP 대비 주식 시가총액 비율(일명 버핏지수)이 과열 국면을 의미하는 1배를 넘어섰다. 이는 정부의 경기부양을 위한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생산·소비가 아닌 자산시장으로 쏠림에 따라 양극화가 심해지고 경기부양 효과가 떨어짐을 의미한다.

코로나 탠트럼 해법은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 팬데믹 출구전략’ 보고서에서 잠재리스크 누적은 더 큰 위기를 촉발할 것이라면서 그 핵심이 금리인상과 재정긴축인데 이 과정에서 경기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테이퍼 탠트럼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시적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코로나 사태에서 드러난 계층별, 부문별 피해가 회복 과정에서 속도의 차이로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세련된 방식의 미시적 방식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의 경우 발생 요인이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에 따라 구조조정 방식도 소극적 또는 적극적 방식으로 우선순위를 수립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특히 오는 3월 기한이 돌아오는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유예 조치의 경우 출구전략보다는 새로운 차원의 진입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