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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요지경 여론조사

이흥우 논설위원


연말연시를 맞아 여러 언론사가 경쟁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마다 되풀이하는 연례행사다. 지나간 한 해의 여론 추이를 살펴보고 올해의 정세를 전망하기 위함이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만큼 조사 항목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세인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1년2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선호도 조사 아닐까 싶다.

한데 여론조사업체마다 결과가 제각각이다. 12개 여론조사를 비교한 결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1위 9곳, 윤석열 검찰총장 1위 3곳으로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이 지사가 1위로 나타난 여론조사는 전화면접 방식, 윤 총장이 선두로 나선 조사는 ARS 자동응답 방식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화면접 방식은 응답자가 신분 노출을 꺼려 답변을 솔직하게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면 ARS 자동응답 방식은 ‘샤이 지지층’ 여론을 잡아내는 장점이 있으나 응답률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ARS 자동응답 방식의 리얼미터 조사에선 윤 총장 23.9%, 이 지사 18.2%인데 비해 전화면접 방식의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는 이 지사 23.4%, 윤 총장 15.0%로 집계됐다. 리얼미터 조사 신뢰도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2% 포인트, KSOI의 경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두 조사 모두 1, 2위 간 격차가 오차범위 밖인데 1위는 다르다. 이쯤 되면 어느 게 진짜 여론인지 난감하다. ‘여론조사는 과학’이라는 업체들의 선전이 낯 뜨겁다.

오차범위 안이라면 납득할 수 있으나 오차범위 밖에서 순위가 뒤바뀌는 것은 사정이 다르다. 정확한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하는 여론조사가 조사업체, 조사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왜곡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3개월 후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다. 정치권이 여론조사로 예비후보를 컷오프 하거나 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고 최선의 선택인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이를 대체할 마땅한 여론 측정 수단이 없다는 게 딜레마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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