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웃 앞에서 가정 탄생 선언… 교회 결혼 어때요

[코로나19시대 이제는 문화전도다] 창의적 목회 <2>

이수훈 당진 동일교회 목사가 지난해 12월 교회에서 열린 결혼예배에서 주례를 하고 있다.

결혼 임신 출산 돌 생일 입학 졸업 취업 장례 개업 등 각종 사건은 가족과 이웃 관계를 결속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런 행사를 중심으로 가족과 친척, 마을 구성원이 결집력을 키우고 공동체 문화를 이끌었다.

누구나 살면서 기쁨과 아픔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일들을 마주했을 때 가까운 이웃과 함께하므로 행복지수가 더욱 높아졌다. 슬픔 속 위로를 받고 회복의 안식처가 돼줬다. 과거만 해도 그것이 가족이었고 친척이었고 이웃이었다.

교회에서 결혼예식은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이다. 가정을 일으키는 복된 행사이기 때문이다. 부부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짝이라 사람이 인위적으로 나눌 수 없다는 엄중 경고와 축복이 담겨있다.

결혼은 본인이 자신의 미래를 이뤄가는 동반자를 결정하고 알리는 엄숙한 날이다. 새로운 가정이 하나님과 이웃 친지 앞에서 선언하는 날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은 ‘혼 상례 예식은 번거롭게 많아서는 안 되며 허례는 폐하고 정숙하고 간단히 행하며 비용은 절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든 예식은 개혁주의 예식의 원리에 따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불신자에게 덕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까다롭고 엄숙한 조항이 젊은이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왔을까 돌아보면 답답하기도 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교회 결혼식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요즘에는 시설과 분위기 좋은 컨벤션센터나 야외로 나간다. 심지어 크리스천이라면서 주례자 없는 결혼식을 한다.

‘누구라도 나서서 결혼문화를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 그럴만한 도덕적 힘이라도 있긴 한 걸까. 결혼식이 이렇게 되고 이혼이 일상처럼 되는 세태를 언제까지 개탄하며 책망만 하고 있어야 할 것인가.’ 이런 고민 속에 가능하면 교회가 한 사람의 인생에 각인될 만큼 감동적인 섬김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자신의 소중한 순간을 대충 아무렇게나 처리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분위기도 없는 곳에서 옹색하고 초라하게 행사를 치르고 싶지 않아 예식을 거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얼마 전 일이다. 교회 성도 중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청년이 있었다. 재정부담 때문에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지적 장애가 있는 데다 양쪽 모두 부친을 일찍 잃고 모친만 모시는 가정이었다.

양가 어머니를 만나 두 사람이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주변에서 힘을 모아 돕자고 했다. 화려한 예식장 같지는 않더라도 교회에서 아름다운 예식을 하자고 간곡히 권면했다.

예비 신랑 신부도 설득했다. 결혼의 의미와 교회 결혼식의 유익을 설명했다. 두 사람이 며칠 후 연락이 왔다. “교회에서 예식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부터 교회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예식 전 준비 사항, 하객식사, 안내, 진행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기획을 했다. 신혼여행까지 일체를 준비했다. 홀로 있는 모친이 얼마나 초조해하던지 눈물겨웠다.

자연스레 두 사람의 결혼식은 교회의 큰 행사가 됐다. 코로나로 조용하던 교회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어떤 마음으로 결혼식을 준비하고 진행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결혼식 설교를 준비했다.

결혼식은 말 그대로 동네잔치가 됐다. 처음 교회에 발걸음을 들여놓은 분들이 눈물을 훔치며 설교를 들어 주셨다. 식사도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정돈된 분위기 속에서 섬겼다.

신혼여행 경비와 호텔 비용까지 모두 교회 성도들이 책임졌다. 양가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혼한 부부는 애잔한 스토리가 있기에 친척과 하객 모두 감동했다. 한 편의 영화 같았다.

하객 가운데 일부는 신랑 신부의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설교가 마치 친아버지가 당부하시는 것 같아 눈물 나더라” “교회가 참 좋은 곳이더라”며 칭찬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목회는 한 영혼의 소중함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리스도의 섬김 정신이 회복돼야 한다. 신비로운 일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섬기고 헌신하면 행복이 엄청나게 밀려온다는 것이다. 그 감동은 섬겨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이삭의 아내가 될 리브가를 찾아갔던 아브라함의 종 엘리에셀을 상상해보라. 이런 드라마틱한 결혼이 교회 문화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혼식은 교회에서 해야 해’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결혼식에 온 분 중엔 “교회가 이런 곳이었냐. 그렇다면 나도 교회에 다니겠다”고 이야기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기쁨이 샘솟는다.

교회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영적 가족이 현실의 가족이 될 때 교회는 힘을 낼 수 있다. 예수님 때문에 오늘도 참 행복하다.

이수훈 당진 동일교회 목사

[코로나19 시대 이제는 문화전도다. 창의적 목회]
▶①차량행렬 성탄 이벤트로 우울한 도심 축제 장으로
▶③다음세대, 겸손·배려·감사 습관될 때 기독문화 꽃 피운다
▶④말씀 읽고 나누고… 교회 공동체에 생기 불어넣을 때
▶⑤정직·성실한 인재… 학교가 길러내고, 그런 학교 교회가 세워야
▶⑥메뉴 개발까지… 교회 ‘소상공지원팀’ 골목 상권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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