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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테헤란로

김의구 논설위원


서울 강남역네거리에서 삼성교까지 이어지는 4㎞의 테헤란로는 한국-이란 우호의 상징이다. 서울 도로 중 유일하게 외국 수도명을 딴 길로, 1977년 서울시와 테헤란시의 자매결연을 기념해 이름이 붙여졌다. 당시 방한한 고람레자 닉페이 테헤란 시장이 도로 교환을 제의하자 6월 17일 서울시공고 제131호로 삼릉로를 테헤란로로 개칭했다. 10일 뒤엔 한국어와 페르시아어를 병기한 도로 표지석 제막식도 열렸다.

이란에서는 11월 28일 테헤란시 북부에 있던 연장 3㎞, 왕복 4~6차선의 니야에시로를 서울로로 개명했다. 서울로는 이란올림픽위원회, 국제박람회장 등이 자리 잡은 주요 도로다. 양국 수교 40주년을 맞은 2002년엔 한국광장, 이듬해엔 서울공원도 테헤란에 등장했다.

테헤란로 일대는 84년 중심상업 및 업무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개발이 본격화했다. 87년 무역센터, 95년 포스코센터 등이 들어서면서 오피스 중심지가 됐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둥지를 틀며 ‘테헤란 밸리’란 별칭으로 불렸다.

그러나 양국 관계는 부침이 잦았다. 70년대 중동 건설 붐 당시 2만명이 넘는 근로자가 이란에 진출했고 79년 이슬람혁명 이후에도 좋은 관계가 유지됐다. 80년 이란-이라크전 당시 북한의 군수품 지원 문제로 위기를 맞았으나 전후 회복됐다. 이란 핵 문제는 최대 위험 요인이었다. 2018년 미국이 이란 핵합의 탈퇴를 선언하고 다음 해에 한국의 이란 원유 수입 등에 부여하던 예외 조치를 종료하자 양국 교역은 급감했다. 그래도 두 나라는 인도적 교역 등 다방면의 협력을 모색해 왔다.

지난 4일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해양 오염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미국 주도 국제제재에 대한 경고와 함께 우리나라 은행에 묶인 8조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생소한 외국어가 들어간 테헤란로에 대해 그간 개명 요구가 많았지만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런 우호 관계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이번 사태가 신속하고 원만하게 해결돼야 할 것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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