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주택공급 위해 재개발 혜택 공적 환수 적정선 찾아야”

[논설위원의 이슈&톡]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 의원은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출마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권현구 기자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라면 시장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시장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정책이나 법을 만들기 전에) 따져야 할 것을 다 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두려움이 없으면서 무슨 법을 만듭니까? 선의로 정책을 만들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겁니까? 악의로 정책 만드는 사람 있습니까? 결과가 중요하지. 한때 우리 사회의 진보를 담보한다고 인정받아 국민들의 많은 지지를 얻었던 세력이 어느덧 기득권이 돼서 스스로 많은 장애물을 만들어 사회의 진보를 막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윤희숙(51) 의원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연설 중 일부다. 이 연설은 12시간47분간 이어져 국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최장 기록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남의 책 읽으면서 기록 깨서 행복하냐”고 빈정거렸지만, 인용한 대목을 보면 알 수 있듯 여당이 아파하며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으로 가득 찬 연설이었다.

지난해 7월 여당의 임대차 3법 강행 처리를 비판하는 ‘나는 임차인입니다’ 연설로 깜짝 스타가 된 윤 의원은 필리버스터로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초선 의원인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 경제 전문가로, 무턱대고 호통 치거나 쇼맨십에 기대는 스타일이 아닌 점이 미덕이다. 전문가답게 어떤 정책이나 법을 만들 때 예상되는 모든 문제점을 점검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고민하는, 겸손하고 신중한 태도를 강조한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윤 의원을 만나 부동산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임대차 3법의 폐해가 고스란히 나타나니 여당 내에서 자성론도 나오던데 정부·여당이 달라질 여지가 있을까.

“그러면 좋겠지만 운전대가 정치권에 있었던 게 아니다. 철저하게 청와대가 쥐고 있기 때문에 뭔가 달라질까 예상을 하려면 청와대가 상황을 보는 관점을 수정할 의도가 있느냐가 중요한데, 현재로선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가 관점을 수정할 마음이 있었다면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변창흠 장관이 아닌) 다른 분을 데려왔을 것이다. 이런 조건 하에선 장관으로 오겠다고 하는 멀쩡한 분을 찾기가 굉장히 어려웠을 거다.”

-그럼에도 지금의 부동산 난국을 수습하려면 변 장관은 어떤 정책을 펴야 하나.

“지금 무엇을 잘하면 될 거라고 제언하기가 매우 어렵다. 현 정부가 시장과 국민의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부동산 정책에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에 이걸 고치라고 하는 얘기는 ‘당신들이 세상을 보는 눈을 고쳐라’ 하는 것과 비슷해서 의미가 없다. 도심 내 주택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인 재개발·재건축을 보면 이 정부는 개발 혜택의 상당 부분을 공적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서로가 동의하는 환수의 적정선을 찾는 게 문제인데 그걸 찾지 못했다. 정부가 이만큼을 공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하니 민간에선 ‘그러면 기다릴래’라는 입장이 돼서 주택 공급이 안 되고 있었던 거다. 도심에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그 타협점을 찾아내 민간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변 장관이 내놓을 주택 공급 방안으로 역세권, 준공업지역, 빌라촌 고밀도 개발 등이 예상되는데.

“원론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과거 유사한 시도들이 성과가 낮았기 때문에 큰 기대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리 반대할 필요는 없다. 이런 방식으로 언제까지 얼마나 공급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훨씬 중요하다. 역세권, 준공업지역, 빌라촌 고밀도 개발은 많은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과거에도 큰 장애물이었다. 과거의 난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정부가 최근엔 공공임대주택을 강조했다.

“이게 현 정부의 특징이다. 본인들이 생각하는 대로 세상이 굴러갈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공공임대주택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수의 중산층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인데, 정부의 태도는 국민들이 생각을 바꾸라는 것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업데이트되거나 교정되는 국민들의 관점을 지금 당장 바꾸라고 하는 건 굉장히 무도한 일이다. ‘집은 살아가는 공간이고 자산소득을 누리면 안 되는 자산이야’라고 국민들을 가르치려 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국민들이 갖고 있는 관념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당장의 과제는 그런 관념을 가진 사람들이 시장에서 겪는 혼란과 불편을 해결하는 것이다.”

-최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부동산 세금이 너무 헐렁하다. 불로소득에 더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세금이 너무 헐렁하다는 게 무슨 근거인지 궁금하다. 부동산 세금은 일률적인 비교가 어렵긴 하지만 우리나라 취등록세, 보유세, 양도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이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한다. 또 불로소득이 무슨 뜻인지부터 말했으면 한다. 세입이 더 필요할 때 특정 유형의 소득에 세금을 더 걷자는 얘기는 얼마든지 해볼 수 있다. 그러나 ‘불로’와 ‘소득’ 모두 무슨 얘기인가 싶다. ‘불로’라면 금융투자든 골동품이든 모든 자산가격 증가에 과세를 더 하자는 얘기인가? ‘소득’이라면 집값만 왕창 올랐을 뿐 임대소득이 없는 사람은 세금 매기지 말자는 얘기인가? 개념이나 실증적 근거 측면에서 이 정도로 대충 하는 얘기가 보도를 타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대해선.

“이 정부 들어서 망가진 것들 중 하나가 경제부처의 기능이다. 예전엔 큰 관심사였지만 이젠 기획재정부가 경제전망을 어떻게 하는지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 누구를 보고 얘기하는지가 예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우리를 향해서, 우리와 뭔가 공감하기 위해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이번 것 내용을 봤더니 ‘빠른 경제 회복과 혁신 경제로의 전환’이더라.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빠른 경제 회복은 사실 희망적인 사고다. 우리 앞에 굉장히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는 걸 국민들이 다 알고 있어서 그런 전망은 아무에게도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그건 오직 한 사람의 기쁨을 위한 경제정책방향이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상임위에서 토론이 붙으면 야당이 여당에 너무 밀린다”고 하던데.

“그분과 같은 상임위(기재위)인데 난 정반대로 느꼈다. 도저히 비등비등하다고 할 수도 없는 정도다. 경제 전체를 보는 관점이나 기본적으로 축적된 휴먼캐피털(인적자본)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국민의힘이 너무 무기력하다는 비판이 많다.

“야당이 투쟁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줘야 한다고 여기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안을 충분히 제시해야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나는 상대적으로 젊고, 전문가 서클에 속해 있어서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이에 대한 공감대가 아직 충분치는 않다. 지지자들 중에서 더 세게 싸우기를 바라는 분들도 많고.”

-현 정권에 불만을 가진 그룹을 야당이 잘 포섭하지 못하고 있고, 특히 40대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40대가 가장 난공불락인 건 맞지만 어느 세대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삶의 요구들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그 요구는 일자리, 육아, 교육, 사회적 안전망 등 전통적인 주제들인데 이에 대해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답을 내놔야 한다. 다만 미래지향적이라는 말 속에는 ‘지금 다 써버리면 안 된다’는 뜻이 들어 있어서 모든 사람에게 인기가 있기 어렵다. 현재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미래를 파먹지 않는 방식으로 안(案)을 만들어내는 건 상당한 역량이 필요한 일이다. 지금은 미래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재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야 하는 ‘지혜로운 포퓰리즘’이 필요한 시대다.”

-지난해 전태일 50주기 때 “주52시간 근로제의 중소기업 전면 적용을 코로나 극복 이후로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을 잇는 것”이라고 말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내가 정치인이라는 두 번째 커리어를 갖게 된 것 자체가 선명한 아이디어를 세상에 전달하고 싶어서다. 사회정책을 공부한 전문가가 정치권에 들어왔으면 평생 공부한 정제된 생각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내 발언에 파르르했던 분들은 ‘왜 보수당 사람이 감히 전태일을 논하냐. 또 그에 대한 해석을 왜 우리와 다르게 하냐’는 반응이었다. 역사적인 인물은 언제라도 재해석될 수 있다. 난 나름의 방식으로 그 사람을 존중하고 기리면서 현재적인 상황에서 해석한 거다.”

프로필

-1970년 서울 출생
-영동여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 복지정책연구부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21대 국회의원(서울 서초갑)

천지우 논설위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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