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우리 아이 닮았는데…” 눈물이 눈꽃을 적셨다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 추모객 발길 잇따라

하이패밀리 공동대표 송길원 목사가 눈 덮인 묘를 정리하는 모습. 양평=강민석 선임기자

경기도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공원묘원은 7일 새하얀 눈으로 곳곳이 덮여 있었다. 소아암·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린이들을 위해 무료로 운영되는 자연장지인 이곳에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가 묻혀 있다. 하이패밀리 공동대표 송길원 목사는 오전부터 도로에 수북이 쌓인 눈을 쓸어내고 묘원을 정리했다.

정인이 묘 앞에는 추모객들이 두고 간 꽃다발 장난감 크레파스 편지 음료수 등이 놓여 있었다. 정인이가 생전 좋아한 캐릭터인 뽀로로 장난감이 눈에 많이 띄었다. 적막한 묘원에 흐르는 음악도 뽀로로 주제가였다.

이날 영하 15도의 강추위에도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갓 돌이 지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왔다는 30대 여성 A씨는 연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제 일처럼 느껴져 꼭 찾아오고 싶었다”며 “정인이 사진을 보면서 우리 아이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슬픈 사건”이라고 말했다.

서울 명륜동에서 온 권순호씨는 백합꽃다발을 정인이 묘 앞에 놓았다. 권씨는 “보도를 접하고 화가 많이 났는데 정인이가 안장된 곳에 오니 그래도 화가 많이 누그러지는 것 같다. 자주 와서 놀아주고 싶다”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해 10월 16일 정인이의 장례식을 인도한 송 목사는 “모든 죽음이 슬프지만, 정인이는 특히 어린 나이에 너무 고통스럽게 죽었다”며 “장례식에서 아이의 유골함을 안치하며 기도했던 저로선 이 죽음이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인이의 비극은 우리 부모들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목사로서 대신 사과했다.

7일 경기도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공원묘원의 정인이 묘 앞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뽀로로 장난감과 손편지들이 놓여 있다. 양평=강민석 선임기자




정인이가 숨졌다는 소식이 보도된 후 이곳을 찾는 추모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송 목사는 “처음엔 하루 두세 가정이 오다 어느 순간부터 하루 열 가정 이상 찾아오기 시작했다”며 “지난 2일 방송에서 사건을 재조명한 뒤엔 전국 각지에서 수백 명의 추모객이 찾아와 정인이의 죽음을 마음 아파했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새벽부터 달려와 자신의 아이가 정인이와 비슷하다며 통곡하는 미혼모도 있었다”며 “추운 날씨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위험한 상황인데도 어린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부들이 특히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추모객들은 정인이 묘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오랜 시간 머무르곤 했고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으려 했다”며 “이 사건에 얼마나 분노하고 슬퍼하는지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송 목사는 이들을 보며 우리 사회가 슬픔과 분노에 공감하고 연대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시민들이 불의에 대해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성숙한 사회임을 깨달았다”며 “특히 젊은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저녁 늦게 오는 이들을 위해 조명을 새로 설치하고 따뜻한 차를 대접하는 등 추모를 돕고 있다.

목회자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홍정길(남서울은혜교회 원로) 이동원(지구촌교회 원로) 한홍(새로운교회) 목사가 5일 찾아와 말씀을 나누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송 목사는 “세 분 목회자가 이 사건을 두고 삶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우리의 껍데기 같은 신앙을 가슴 아파하시며 회개하셨다”고 전했다.

정인이 사건이 우리 사회와 한국교회에 남긴 과제는 뭘까. 송 목사는 “2014년 세월호 사건 후 이 사회가 과연 안전해졌나 다시 질문하게 된다”며 “정인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는 게 남은 이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배와 봉사, 교제를 뛰어넘어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고 우리 가정을 잘 돌보는 게 참된 신앙”이라며 “부모가 자녀에게 참 신앙을 전수하는 게 우선적인 과제다. 각 가정이 상처를 치유해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곳이 되길, 하나님께서 창조한 첫 작품인 가정이 온전한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평=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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