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동장군

천지우 논설위원


“러시아군의 총알보다는 기근 장군(General Famine)과 겨울 장군(General Winter)이 우리 대군을 정복했다.”

1812년 나폴레옹 1세의 러시아 원정 때 프랑스군 지휘관 중 한 명이었던 미셸 네 장군이 한 말이다. 당시 프랑스 60만 대군이 식량 보급 문제로 굶주리고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 추위에 동사자가 속출하다 결국 패퇴했던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당시 살아서 돌아온 프랑스 군인은 3만5000명뿐이었다고 한다.

러시아의 지독한 겨울 장군, 즉 동(冬)장군은 1941년 히틀러의 소련 침공 때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히틀러의 독일군은 나폴레옹이 그랬던 것처럼 초반에는 거침없이 진격했다. 하지만 물자 보급이 어려워지고 동장군이 찾아오면서 전세가 뒤집혔다. 독일군은 73만명이 희생되는 등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도대체 얼마나 춥기에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군대가 나가떨어졌을까. 러시아 극동 사하공화국의 베르호얀스크는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45도 수준이다. 1892년 2월에는 영하 67.8도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이곳은 연교차도 매우 커서 6월 평균 기온이 영상 20도에 달한다. 그런데 지난해 6월 20일에는 역대 최고 기온인 영상 38도까지 치솟았다. 북극권의 온난화로 인해 나타난 이상고온 현상이었다.

동장군은 우리나라에서도 혹독한 겨울 추위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최근 북극의 온난화에 따라 그곳의 찬 공기가 내려와 한반도가 얼어붙었다. 8일 추위가 절정에 달해 강원 향로봉은 영하 28.9도, 설악산은 영하 28.2도까지 떨어졌다. 서울의 최저기온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영하 18.6도를 기록했다. 가장 낮았을 때는 1986년 1월의 영하 19.2도다. 부산은 8일 아침 영하 12.2도를 기록했다. 부산의 기온이 영하 12도 아래로 떨어진 것은 10년 만이다. 낙동강도 일부가 얼어붙었다. 광주는 1971년 1월의 영하 13.9도 이후 50년 만에 가장 낮은 영하 13.5도까지 떨어졌다.

천지우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