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선봉장’ 존 리 “한국도 미국처럼 1만 가야죠”

2030이 상승 경인한 건 고무적
단타 도박 아닌 노후대비에 초점
연금 운용 등 제도도 바뀌어야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1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식투자는 곧 노후대비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번 장을 기회 삼아 국내 금융 제도를 보완하는 한편, 투자 교육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리츠자산운용 제공

존 리(63)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동학개미운동’에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2014년 취임 이후 금융 교육과 주식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설파해왔다. 덕분에 ‘금융 문맹’에서 탈출했다는 2030세대도 수두룩하다. 개인의 주식 열풍을 이끈 그는 코스피지수가 3000을 훌쩍 넘긴 현 상황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의 활발한 증시 참여는 바람직하다”며 “당장의 지수에 연연하지 말고 노후대비의 장기투자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젊은 세대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빚투(빚을 내 투자)는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코로나 여파로 10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소회를 물었다.

-최근 주식시장, 어떻게 보시나.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특히 2030세대가 마중물이 돼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는 게 고무적이다. ‘동학개미’가 기관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새해 주가가 급등해 코스피 3000을 넘어 4000 이야기까지 나온다.

“코스피가 3000에 안착할지, 다시 2000으로 갈지 집착하는 건 주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다. 근 며칠간 오른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도 미국처럼 1만까지 가야 할 것 아닌가. 그러려면 왜 주식을 사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왜 주식을 사야 하는가.

“주식투자를 하는 궁극적 이유는 노후대비를 위해서다. 단기적 이익이 아닌 좋은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미래에 수익을 보겠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 30대라면 30년간 투자한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금융 제도도 이를 토대로 바뀌어야 한다.”

-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안정성을 중시해야 하는 거 아닌가.

“저는 우리나라 연금이 국내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게 신기하다. 한국인은 비참할 정도로 노후준비가 안 돼 있는데, 근로자의 은퇴 이후를 대비하는 연금이 성장성 있는 회사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이해가 안 된다. 미국에선 퇴직연금 등이 주가를 지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코로나19 하락장 때 기관투자가들이 제 역할을 해야 했다. 한국도 퇴직연금으로 주식을 할 수 있도록 개방돼야 한다. 개인들을 위한 세제 혜택도 필요하다.”

-과거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 투자자들이 피해도 많이 봤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미국도 1987년 ‘블랙 먼데이’를 겪었다. 이후 미 정부는 투자자들을 위해 여러 제도를 보완했고, 교육을 강화했다. 한국은 어떤가. 금융 교육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TV 연속극에선 주식으로 망한 인물이 꼭 나온다. 한때는 주식투자를 부끄러운 거로 여기기도 했다.”

-증시와 실물경제의 괴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 실물경제 반영돼서 지수가 다시 2000으로 가야 한다는 소리인가? 실물과 주식의 괴리를 지적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차라리 금리 인상을 걱정하는 게 낫다. 최근 주가가 상승한 이유는 그만큼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가치를 높게 쳐줬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주요국 가운데 주식투자 비중이 워낙 낮은 편이어서 미국에 비하면 주가에 거품이 꼈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 오른 주가를 어떻게 유지할지, 나아가 한국이 금융강국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가 중요하다.”

-‘동학개미 선봉장’으로 불린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그렇진 않다. 당장 지수가 내리면 사람들은 날 또 원망할 거다(웃음). 아직도 ‘단타’하고 주식을 고점, 저점 맞추기 정도로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다. 다만 정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주식을 빼야 할 때가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다.

“또 도박처럼 생각하는 거다. 주식을 노후대비 수단으로 보면 장기투자로 갈 수밖에 없다. 주위에도 시드머니 1000만원으로 30% 벌었다고, 나한테 고맙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 정도 수익에 왜 관심을 갖는지 의문이다. 주식하는 이유는 월급으로만 먹고 살기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식을 불로소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자본에 대한 리스크를 져서 번 건데, 그게 왜 불로소득인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1222억원으로, 사상 처음 20조원을 돌파했다. 빚투를 감행하는 투자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

“나도 현재 ‘빚투’ 과열은 우려된다. 주식은 무조건 여유자금으로 해야 한다. 섣불리 대출받아선 안 된다. 대신 소비 습관을 확 바꿔라. 명품 살 돈, 매일 커피 사 먹을 돈으로 주식 사서 미래에 투자해라.”

조민아 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