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CCM 100대 명반 선정’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습관적으로 눈길이 가는 제목이 있다. ‘지역 맛집 베스트 10’ ‘올해의 책 30’ ‘세계에서 가장 ○○한 100인’과 같은 리스트다. 그 기준이 절대적일 리 없는데 어느새 순위를 따라 읽는다. 잘 아는 영역일 땐 내 앎과 비교하고, 모르는 영역일 땐 빈 창고에 지식을 쌓는 마음으로 읽는다.

최근 제목 자체만으로도 설레게 만든 리스트가 있었다. 국민일보와 빅퍼즐문화연구소가 주관한 ‘한국의 CCM 100대 명반’이다. 1980년대 이후 출반된 현대 기독교 음악을 대상으로 예술적 완성도, 대중적 영향력, 시대성과 메시지, 실험성과 창의성 4개 부문을 기준으로 40명의 위원이 선정했다. 핵심적 역할을 했을 몇몇 분의 이름을 보며 신뢰가 갔다. 선정된 앨범의 순위를 따라가는데 단번에 읽을 수가 없었다.

1위 주찬양선교단의 ‘그 이름’ 앨범부터 10위 좋은 씨앗의 ‘컴포트(Comfort)’까지 하나의 순위를 내려갈 때마다 해당 가수 또는 팀과 관련된 기억과 추억이 올라와 뭉클해지는 가슴을 주체하질 못했다. 간신히 100위까지 리스트를 접한 뒤 리스트를 만드느라 수고했을 분들에 대한 감사가 밀려왔다.

황금기라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을 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CCM 음악은 내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여러 집회와 콘서트 현장에서 영혼의 깊은 곳을 어루만지시는 인격적인 하나님을 만났다. 세상을 향한 그분의 마음과 사랑을 느끼며 울며 기도했던 시간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한국교회를 향한 부정적 시선과 비난이 난무하는 시절에도 손쉽게 비난의 돌 하나를 더 얹기보다 그 안에 담긴 진정성과 보화가 제빛을 내는 일에 일조하는 마음으로 사역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그 시절이 준 선물 덕분이다.

코로나19로 선교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점에 발표된 CCM 100대 음반은 형식 자체보다 이런 시도를 통해 향후 전개되길 기대하는 기독교 문화 생태계의 회복과 부흥의 미래 가치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CCM 100대 명반이 발표된 날, SNS에는 선정된 CCM 가수들의 소감을 만날 수 있었고 자신이 사랑하는 음반이 빠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글도 봤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그곳에서 찬성하든 반대하든 살아있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로 인해 또 다른 기획과 시도가 이뤄지는 것이 이번 발표의 가장 큰 의의가 아닐까.

그간 기독교 문화는 한국교회에서 이차적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우리 일상을 보면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간식이 아닌 주식이다. 코로나19의 급류 속에서도 사람들은 넷플릭스처럼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OTT 서비스나 유튜브를 통해 현장에서 채우지 못하는 문화적 갈증을 해소했다. 아니, 더 풍성한 만찬을 즐겼다. 한국교회가 대면예배를 드리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했을 때, 기독교 문화 생태계가 풍성했다면 지금보다 더 능동적이고 창의적 방식으로 신앙을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예배 외에 다른 영역의 신앙 생태계가 무너지는 상황을 오랫동안 내버려 뒀다. 기독교 문화도 사역자 개인이나 단체의 극한 헌신으로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러는 사이 성도들이 경험하는 신앙의 세계는 협소해지고 교회에서 바라는 기독교 문화 콘텐츠의 내용은 예배를 보충하고 지원하는 차원 이상의 것이 아니었다. 메마르고 거칠어지니 이 땅을 바라보며 울창한 숲을 꿈꾸는 이들을 더욱 찾아보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런 현실 속에서 CCM 100대 명반 선정이 작은 공 하나를 쏘아 올렸다. 다양한 공들이 던져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응원의 마음을 보탠다.

성현 목사(필름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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