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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조용신의 스테이지 도어] 공연 영상화 시대 각광받는 애드리브 문화

무대 위 배우의 적절한 애드리브
공연 관람의 묘미 키워주는 윤활유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 중 한 장면. 이 작품은 애드리브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쇼노트 제공

지난 9일 인기 대극장 뮤지컬 중 하나인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이 처음으로 실시간 온라인 공연을 오픈했다. 객석 두자리 띄어앉기 여파로 현재 대극장 뮤지컬이 모두 공연을 멈춘 이른바 셧다운 상태이기에 이 공연도 5주간 중단 상태였다가 이번에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어렵사리 관객을 다시 만난 것이다.

이날 박은태(몬티 나바로), 이규형(다이스퀴스 백작 외) 배우가 열연한 회차는 그들의 인기만큼이나 엄청난 호응을 불러일으켜서 공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를 낳았다.

유료 결제로 접속한 관객들의 숫자도 많았지만 특히 실시간 채팅창에서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였다. 속사포처럼 스크롤이 올라가는 관객들의 반응을 모두가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실시간으로 공유된 관객의 속마음 역시 작품의 일부가 되었다.

코로나19 이후 여러 공연 작품들이 녹화 혹은 실시간 상영을 시도했고 이에 따른 중계 기술이나 유료 티켓 구매 시스템 등의 전반적인 인프라가 생겼다. 뮤지컬에서는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와 EMK의 ‘모차르트!’ 등이 네이버 공연 ‘후원 라이브’의 송출로 이미 유료 시장의 가능성을 열었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이번 중계를 통해 상업적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 앞으로 공연의 영상화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어떤 사례로 기록될 수 있을까?

공연의 영상화는 3차원의 무대를 2차원의 영상으로 치환하는 작업이다. 반대로 말하면 대극장의 화려한 무대 장치와 넓은 무대 공간일수록 영상으로 바뀌면서 손해가 커진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쉴 새 없이 대극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다양한 각도에서 담아내지만 관객이 보고 싶은 장면의 선택권은 영상 감독에게 있지 관객에게는 없다.

반면 중소극장에는 그 격차가 줄어든다. 관객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무대에서 무대장치와 효과보다는 배우의 움직임을 가까운 자리에서 최우선으로 주목하게 된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후자에 속한다.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토니상 작품상을 받은 명작 중 하나지만 대형 쇼뮤지컬은 아니다. 두 남자와 두 여자 주인공들과 앙상블을 겸하는 조연배우의 활약과 만담이 뒤섞인 중형 사이즈의 탄탄한 작품이다. 템포가 빠르고 대사 중심의 뮤지컬 코미디였던 덕분에 대사와 가사가 중계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매우 또렷하게 전달되어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장점은 애드리브 문화를 적절하게 연결한 점이다. 무대 공연에서 ‘애드리브’란 배우가 대본에 없는 즉흥적인 대사를 하는 것을 일컫는다. 배우의 적절한 애드리브는 캐릭터를 훼손하거나 극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공연 관람의 묘미를 키워주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한 배역에 여러 배우가 캐스팅되는 ‘멀티캐스팅’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어서 배우들의 각기 다른 대사와 애드리브가 이른바 ‘회전문’ 관객을 유입시키는 역할도 해왔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온라인 상영 기획 단계에서부터 작품의 특성상 만담이 많은 뮤지컬 코미디라는 특성을 이용해서 배우들의 애드립과 의도적인 해프닝까지 적절하게 배치하여 큰 웃음을 끌어냈다.

때로는 캐릭터가 훼손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들었지만 이 역시 어려운 시기에 극장에 가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특별한 선물 같은 것이었다. 공연 시작 전후와 인터미션에서 백스테이지 장면도 쉬지 않고 송출하는 것은 보너스였다.

향후 중소극장, 코미디, 애드리브 삼박자가 갖추어진 작품들이 힘든 시기에 관객을 위로하고 이른바 K뮤지컬의 영상화에서도 필수적인 성공 요인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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