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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바치는 금, 리우 ‘노메달 한’ 못 풀어드렸는데…

김원진, 도하 마스터스 유도 우승
시상 후 갑작스런 부친 별세 소식 들어
코로나로 자주 못봬 안타까움 더해

김원진이 12일 카타르 도하 루사일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1 도하 마스터스 대회 첫날 남자 60㎏급 메달 세리머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채 게양되는 태극기를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힘을 쏟아내려 했어요. 기대해준 코치님, 부모님, 동료에게 죄송합니다.”

남자 유도 60㎏급 세계랭킹 12위 김원진(29·안산시청)은 2016년 리우올림픽 8강전에서 패한 뒤 울음을 터뜨렸다. 올림픽을 앞두고 당시 랭킹 1위까지 오르며 유력한 메달 기대주로 손꼽혔지만 8강에서 18위 선수에게 한판패를 당했고, 이어진 패자부활전에선 자신의 천적 다카토 나오히사(일본·현재 랭킹 3위)에 지는 바람에 ‘노메달’로 마감해야 했기 때문이다. 눈물을 쏟은 김원진이 떠올렸던 건 고향 강원도 철원에서 두 손 모아 응원하는 부모님의 모습이었다.

그랬던 김원진이 리우올림픽으로부터 4년 넘는 시간이 흐른 12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루사일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1 도하 마스터스 대회 첫날 남자 60㎏급 결승에서 대만 에이스 양융웨이(랭킹 11위)를 ‘누우며 던지기’ 한판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내내 자신감 넘쳤던 김원진은 종료 1분19초 전 양융웨이의 메치기를 받아치며 곧바로 왼 다리로 무게중심을 무너뜨렸다. 그리곤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양융웨이를 매트에 메다꽂았다. 세계적 강자들을 맞아 3회전부터 결승까지 4경기 연속 한판승을 거둔 김원진의 환상적인 우승 세리머니였다.

결승에서 대만 에이스 양융웨이를 '누우며 던지기' 기술로 넘기는 김원진(오른쪽)의 모습. AFP연합뉴스

하지만 김원진은 이번에도 울음을 터뜨려야 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부친상 소식을 전해 듣게 돼서다. 대한유도회 관계자는 “지병도 없고 건강하셨던 김원진 부친이 10일 심근경색으로 별세했다. 유가족이 김원진에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길 바라 김원진은 메달을 획득한 직후 부친상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원진은 가족들 목에 올림픽 메달을 걸어주기 위해 철저한 자기관리로 훈련에 임해왔다. 올림픽 이후 66㎏급으로 체급을 올린 뒤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국군체육부대 입대 후 60㎏급으로 다시 체급을 조정하고 2019 우한 세계군인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는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활약하며 도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전만배 국군체육부대(상무) 감독은 “올림픽이 연기되지 않았다면 지난해 금메달을 따지 않았을까 생각했을 정도로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 밀린 사이 아버지를 급작스레 떠나보내게 된 김원진의 상황에 유도계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김원진은 지난해 10월 전역 때까진 방역 수칙 강화 탓에 대부분 상무 영내에서 지냈다. 지난해 12월 10일부턴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외출·외박도 없이 연말연초를 보낸 뒤 지난 8일 도하로 떠났다. 전 감독은 “군 영내나 진천에만 있어 아버지를 자주 뵙지도 못했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 뿐”이라고 했다. 유도회에 따르면 김원진은 선수단 귀국보다 하루 앞선 13일 조기 귀국해 유가족과 함께 장지로 이동할 계획이다.

이날 66㎏ 결승에선 랭킹 13위 안바울(26·남양주시청)이 이스라엘의 바루크 스마일로프(8위)를 연장전(골든스코어) 접전 끝에 업어치기 절반승으로 꺾고 한국에 두 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대표팀은 지난해 2월 뒤셀도르프 그랜드슬램 이후 11개월 만에 출전한 국제무대 첫 날 금메달 2개를 따내며 종주국 일본(금1·은1)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김원진과 안바울은 올림픽 랭킹 포인트 1800점씩을 획득해 도쿄행 전망을 밝게 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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