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이 그럼 쓰나’… 獨·佛 ‘트럼프 퇴출’ 트위터 결정 반대

소셜미디어 계정 폐쇄 논란
IT 공룡들 언론 자유 침해 지적
미국선 “환영” “반대” 두 목소리

8870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떠들썩하고 영향력 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realDonaldTrump)이 지난 8일 영구 폐쇄됐다. 로이터연합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업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정을 폐쇄한 조치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지만 견제받지 않는 시장 권력에 대한 우려도 얽혀 있다. 의사당 폭동 선동과 같은 위험한 발언들이 SNS에서 흘러넘치는 것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민간기업인 글로벌 IT 공룡들이 어떤 발언은 허용하고 어떤 발언은 막는 심판관 역할까지 겸하는 것은 언론자유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위터의 트럼프 계정 영구 정지 결정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고집하는 트럼프와 국제무대에서 사사건건 충돌했던 메르켈 총리가 이례적으로 트럼프를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수석대변인은 이날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없는 중요한 기본권”이라며 “오직 법규에 따라서만, 국회가 정한 틀 속에서만 제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메르켈 총리가 트위터의 결정을 문제삼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기업인 소셜미디어 회사의 경영진이 자의적으로 표현의 자유 허용 범위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외교부의 클레망 본 유럽담당 차관도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사기업이 이와 같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대형 SNS 플랫폼에 대한 공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두 나라의 이 같은 입장에는 미국 기술업체의 영향력에 대한 견제 심리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진보진영 등을 중심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결정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상당하지만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를 침해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헌법학자인 제드 루벤펠드 예일대 교수는 이날 ‘빅테크로부터 헌법을 구하라’는 제목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에서 “헌법 외에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새로운 리바이어던(성서에 나오는 무소불위 괴물)의 등장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는 (입법·사법·행정) 세 개의 가지로 구성된 연방정부에 ‘실리콘밸리’라는 새로운 가지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위터가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폐쇄한 데 이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스냅챗, 트위치 등 다수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트럼프 계정을 무기한 정지시켰다. 이에 극우성향 시민들이 ‘발언의 자유’를 운영 원칙으로 삼는 대안 SNS 플랫폼 ‘팔러’로 몰려들자 구글과 애플은 자사의 앱스토어에서 일방적으로 팔러를 삭제했다. 이 때문에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법적 근거도 없이 중소 SNS 플랫폼의 시장 진입을 차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차단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의 행동은 진보진영을 포함해 많은 미국인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면서도 “이들의 조치는 누가 온라인에서 발언을 할 수 있고 없는지를 정부나 법이 아닌 민간기업이 결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의 논란으로 옮겨붙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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