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는 ‘백신 음모론’… 당신의 공포심 노린다

“인구 통제용 조작…생체칩 이식” 노년층 등 중심 허위 정보 퍼져


유튜브나 SNS를 타고 백신 관련 허위 정보와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부터 세계적으로 만연한 음모론은 아직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 않은 국내에서도 노년층 등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다음 달 말 첫 백신 접종을 앞둔 우리도 접종 속도와 접종률을 끌어올리려면 백신의 신속한 공급, 접종 인프라 구축과 함께 신뢰에 악영향을 끼치는 음모론이나 가짜뉴스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구에선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른바 ‘안티 백서(anti-vaxxer)’들이 상당수에 달하지만 지난해 10월 해외 한 조사에서 한국인의 83%가 코로나19 백신을 맞겠다고 답한 것을 감안하면 국내에선 서구 국가들에 비해 백신 거부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감염병 팬데믹 상황에서 음모론은 늘 불안과 공포, 혼란을 틈타 움트고 퍼져 나간다.

국내에선 코로나19 집단감염을 초래한 종교시설 BTJ열방센터의 일부 영상 등에서 백신 음모론을 제기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단일 정부로 만들어 통제하려는 특정 세력이 배후이고 그들이 인구수를 조절·통제하기 위해 백신을 주입해 DNA를 조작하려 한다는 내용 등이다.

음모론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려면 방역 당국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퍼트리는 행위에 맞서 적극적으로 ‘카운터 메저’(countermeasure·대응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민 스스로 진위를 가려낼 수 있도록 ‘백신 리터러시’(literacy·문해력)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인터넷에선 코로나19 팬데믹 조작설을 주장하는 미국 민간단체 ‘세계 통제를 멈춰라(STOP WORLD CONTROL)’가 제작한 동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영상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플랫폼으로 개발된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의 위험성을 집중 부각한다. 일부 국내 포털TV 운영자들이 이 단체의 영상들을 공유하며 백신 반대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들의 주장이 대체로 사실이 아니거나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음모론에 가깝다고 말한다.

mRNA 백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긴급 승인이 났다는 주장이 있지만 작동원리상 mRNA가 DNA 변형을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하다. mRNA 백신은 근육 주사로 인체에 주입되면 세포 내 단백질 공장인 ‘리보좀’으로 이동해 항원으로 작용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고 이에 대항하는 항체를 생성토록 유도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3일 “mRNA는 세포 내부로 들어가지만 DNA가 있는 세포핵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아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mRNA는 체내에 들어오면 본래 목적인 항원 생성 역할만 하고 대부분 수일 내에 분해돼 없어진다.

영상 속 이들은 인체와 친숙한 하이드로젤에 바이오센서(일종의 생체 칩)를 장착해 백신과 함께 주입한다는 주장도 편다.

주입된 바이오센서가 생체 정보를 내보내면 정부나 거대 기업이 빅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접종자들의 신체를 조종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런 기술이 코로나19 백신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짧은 설명을 덧붙이지만 영상을 접한 이들에게는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이나 경계심을 갖게 할 수 있다. 또 발광 물질인 ‘루시퍼레이스(luciferase)’를 백신과 함께 주입해 백신 접종 여부와 신분 등을 확인함으로써 정부가 감시 사회를 만들려 한다는 주장도 유포되고 있다.

미세한 바이오센서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금 나와 있거나 개발 중인 백신에 이를 포함시키거나 피접종자 몰래 주입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각국 당국은 백신의 함유 물질이나 재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데 루시퍼레이스의 주 성분인 루시페린은 포함돼 있지 않다. 김태형 테라젠바이오 수석연구원은 “바이오센서 같은 첨단 기술은 이론적으로는 개발 가능하지만 백신에 적용하는 것은 상용화된 바 없고 성공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음모론자들은 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낙태한 태아 조직이 포함돼 있다’는 주장도 퍼뜨리고 있다. 1960년대 낙태아의 폐 조직으로 만들어진 ‘MRC-5’라는 세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백신을 공동 개발한 옥스퍼드대는 최근 “백신 개발 과정(세포주 실험)에 MRC-5가 아닌 HEK-293 세포를 썼다. 이는 낙태아 세포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밖에 코로나 백신에 원숭이 뇌가 들어 있다거나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인 빌 게이츠가 백신 판매 목적으로 전 세계에 코로나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는 등의 음모론도 돌고 있다.

감염병이나 백신 관련 음모론은 정쟁의 대상이 되면서 생성되는 측면도 있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은 과학이지 정쟁이나 선거 수단으로 이용되어선 안된다”며 “루머나 음모론이 싹트는 것을 막으려면 우선 정부가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접종 후 사후 관리에도 철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영국 등은 백신 의약품의 경우 의료진용과 일반인용(이해하기 쉽게 설명) 데이터와 설명을 그래픽까지 곁들여 홈페이지에 올린다”고 덧붙였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음모론을 생성하고 확산시키는 이들을 일일이 규제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결국 국민이 음모론이나 잘못된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백신 리터러시’ 수준을 갖추는 수밖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전문가들이 백신의 A부터 Z까지 설명하고 교육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형 수석연구원은 “백신 접종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음모론이 확산된다면 백신 거부 등 심각한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주 유통 통로인 유튜브나 SNS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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