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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시대… 식량위기 인류의 도전과 응전

[책과 길]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아만다 리틀 지음, 고호관 옮김/세종서적, 436쪽, 2만원

2019년 4월 ‘멤피스미트’가 선보인 배양육 닭고기로 만든 요리다. 2015년 설립된 멤피스미트는 줄기세포를 활용해 실험실에서 육류를 배양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다. 배양육은 일반 고기가 기른 후 도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과 달리 가축에서 채취한 세포를 생물반응기에 넣은 후 영양을 공급해 만든다. AP뉴시스

“제조 과정이 특이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게 바로 익숙함, 진짜 같음, 그리고 지극히 평범함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실험실에서 배양한 오리고기를 먹은 저널리스트 아만다 리틀은 큰 이물감을 느끼지 못한다. “고기는 내겐 끊을 수 없는 오랜 연인”이라는 생각을 가진 그조차 배양육을 앞에 두고 잠시 주저했지만 입으로 들어간 ‘낯선 고기’는 이내 ‘익숙한 맛’으로 바뀐다.

리틀이 책 ‘인류를 식량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에서 맛 봤다고 소개한 배양육은 더 이상 실험실에만 머물지 않는다. 싱가포르가 지난달 2일 세계에서 처음으로 배양육 판매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미국 스타트업 ‘잇 저스트(Eat Just)’는 같은 달 19일부터 싱가포르 식당 ‘1880’에서 3가지 배양 닭고기 요리 판매에 들어갔다. 네덜란드 마크 포스트 교수가 2013년 배양육 햄버거를 처음 선보인 지 7년 만의 일이다.

기후 변화가 초래한 식량 위기


‘인류를…’은 식량 위기에 대처하는 인류의 도전과 응전에 관한 책이다. 배양육처럼 과거 찾아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음식의 등장은 물론이고, 환경에 해를 덜 끼치면서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지구촌 곳곳에서 애쓰는 이들의 고군분투를 담았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환경과 에너지에 관한 기사와 논평을 쓰는 밴더빌트대 탐사저널리즘 및 과학 글쓰기 교수 리틀이 발품을 팔아 만나고 관찰한 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식량 문제에 대한 인류의 시름이 깊어진 배경에는 기후변화가 놓여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이번 세기가 끝날 때쯤 지구 평균 기온이 적어도 2.2℃ 상승하고, 2040년 대기 온도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이는 식량 생산에 치명적이다. “지금의 온난화 경향이라면 세계 인구가 늘어나는데도 앞으로 10년 마다 전 세계 농작물 수확량이 2~6% 줄어들 수 있다. 10년마다 농지 수만㎢가 사라지는 셈이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단일 위협은 식량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이라는 미국 국립농업환경연구소 소장의 말은 기후변화로 인한 첫 번째 재앙이 식량 위기임을 축약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50년 동안 세계 식량 공급률을 200%로 끌어올린 ‘녹색혁명’의 가장 큰 부작용이 기후변화라는 점이다. 식량 생산 과정에서 해마다 전체 온실가스의 약 5분의 1을 배출하는데 이는 운송이나 에너지 분야를 넘어선다. 생산량에 반비례해 영양이 줄어드는 영향 불균형 역시 녹색혁명의 그늘이다. 칼로리는 높지만 영양은 부족한, 비만이면서 영양실조인 모순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배양육은 이같은 상황에서 떠오른 해법 중 하나다. ‘실험실 고기’는 온실가스를 4분의 3 이상 줄일 수 있고 물 사용량도 90%까지 줄인다. 대장균과 배설물로 인한 세균 오염 가능성이 없고 도심지 인근에서 생산하면 장거리를 이동할 필요가 없다. 영양도 조절 가능하다. 콜레스테롤과 지방은 줄이고 좋은 지방이 든 소고기를 만들 수 있다. 육류는 물론이고 참다랑어 같은 해산물로도 개발이 확대되고 있다. 배양육 회사 ‘멤피스미트’의 우마 발레티 CEO가 “우리는 사람 수십억 명과 동물 수조 마리의 삶을 바꾸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한 것은 그런 점에서 과장이 아니다.

작물에 닿지 않고 잡초에만 농약을 분사하는 ‘제초 로봇’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첨단기술이다. 잡초에만 농약을 분사해 농약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밭갈이로 인한 토양 침식 가능성도 낮춘다. 책에 등장한 제초 로봇은 같은 면적에서 농약을 92% 이상 덜 쓰면서 잡초를 관리한다. 무엇보다 잡초 제거를 위한 밭갈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후변화에도 긍정적이다. 광합성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 작물의 뿌리는 그대로 두면 탄소를 간직하지만 갈아엎을 경우엔 탄소를 다시 대기로 돌려보낸다. 토양 안에 있는 무수한 생물도 보호할 수 있다.

과거와 미래의 결합

앞의 예에서 보듯 저자는 새로운 기술이 식량 위기를 해결할 주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기술을 통해 이뤄진 녹색혁명의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과거로 돌아가자는 입장에 서진 않는다. 전통적인 방법의 한계를 새로운 기술이 보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깝다. “우리의 과제는 과거의 경험과 가장 발달한 기술에서 지혜를 빌려 식량을 생산하는 ‘제3의 방법’을 찾는 것”이란 말은 저자의 생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케냐의 유전자변형작물(GMO) 재배에 관한 챕터에서 GMO에 대한 기존 우려를 소개하면서도 GMO를 재배할 수밖에 없는 아프리카의 현실에 방점을 찍은 것 역시 이러한 생각의 일단이다.

그런 점에서 연어 양식장 사례와 과거 작물에서 미래 작물을 찾으려는 시도는 저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해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세계 최대 연어 양식 업체 마린하베스트의 CEO는 바다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일례로 연어에 달라붙어 피와 살을 파먹는 ‘바다이(Sea Lice)’를 없애기 위해 약품 대신 로봇을 도입했다. ‘스팅레이’라는 이름의 로봇은 양식장에서 물고기를 관찰해 비늘의 색과 질감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한 후 레이저를 통해 바다이를 태운다. 동시에 전통적인 바다이 퇴치 방법인 청소고기도 함께 활용한다. 청소고기가 로봇이 감지하기 힘든 아가미 아래에 숨은 바다이를 제거하는 데 뛰어난 반면 로봇은 청소고기가 못 보는 무색의 바다이를 잡아낸다. “구식과 신식의 시너지 효과”라 할 수 있다.

과거 작물을 재발견해 미래를 준비하는 진화생물학자 마크 올슨의 노력도 값지다. 올슨은 기후변화에 견딜 수 있으면서 영양이 풍부한 과거 작물을 되살리려 현대화하기 위해 연구중이다. 자연에서 자라는 식물을 보다 잘 관찰하기 위해 ‘파라모터’를 만들어 공중에 몇 시간 동안 떠있는 위험을 감수하기도 한다. 이같은 노력은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그의 농장에서 키우는 고대 식물 ‘모링가 올레이페라’는 스위스 군용 칼에 비유될 정도로 영양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다. 또 다른 학자에 의해선 최대 5년까지 곡물을 생산하면서 뿌리가 3미터에 달해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 밀 품종도 상용화된 상태다.

이밖에 책은 안정적인 용수 확보를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효율적으로 물을 관리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사례, 미국에서만 매년 5200만t이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기 위한 노력, 3D프린터를 통한 맞춤형 음식의 등장 등도 소개한다. 성공사례 외에 실패사례와 한계에 대해서도 균형 있게 전달하려는 노력 역시 책의 미덕이다. 식량 위기에 대한 해법을 다루는 과정에서 그 같은 위기를 초래한 상황의 심각성도 역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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