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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코로나 가석방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전 세계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것은 교도소 수감자 관리였다. 밀폐된 공간에 밀집도도 높아 한 번 확진자가 발생하면 대규모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국의 많은 교도소는 이미 과밀 상태였다. 제한된 공간에서 수감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기란 언감생심이다. 그러다 보니 수감자들은 감염에 대한 공포에 짓눌릴 수밖에 없었고, 이는 폭동과 탈옥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3월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브라질 콜롬비아 미국 등에서 유사한 사건이 도미노처럼 벌어졌다.

하지만 교도소 방역에 뾰족한 대책이 있을 수가 없었다. 각국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석방 카드뿐이었다. 이란이 신호탄을 올렸다. 확진자가 급증하던 그해 3월 수감자 8만여명에 대한 대규모 가석방을 단행한 것이다. 당시 이란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확진자를 기록하던 때였다. 이어 독일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이 수천∼수만명을 조기 석방했다. 대신 가택 연금이나 전자발찌 착용 등의 조치가 일부 병행됐다. 터키 의회는 9만명을 가석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수단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아시아에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순차적으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

우리나라는 당초 코로나 사태에 따른 가석방을 고려하지 않았다. K방역에 우쭐하며 교정시설 관리와 통제를 자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서울동부구치소발 집단감염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에 화들짝 놀라 과밀 수용 완화 차원에서 14일 수형자 900여명을 조기 가석방하는 조치를 처음으로 취했다. 대상자들이 기저질환자와 고령자, 모범수형자 등 ‘범죄 저위험군’이라고 한다. 문제는 외부의 시선이다. 사회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고, 또 다른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에서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 가석방 이후 강도와 절도 등 재범 사례가 적지 않게 나왔으니 기우라고 할 수도 없다. 가석방이 본질적 해법이 아닌 만큼 정부는 근본 대책을 강구해야 하겠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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