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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빚투 큰 손실 날 수도” 증시 과열 경고

이주열 “주가 상승 너무 빨라” 우려

연합뉴스

실물 경제의 심각한 침체 속에 대중의 주식 투자 열풍이 계속 과열되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례적 언급을 통해 직접 경고하고 나섰다. 이 총재는 15일 “최근 주가 상승 속도가 과거보다 대단히 빠르다”며 “빚투(빚내서 투자)할 경우 가격 조정에 따라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3150 가까이 쉬지 않고 치솟던 코스피는 마침 이날 급락하며 조정 조짐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어 현행 기준금리(0.5%)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경기 침체 국면이지만 금리를 더 낮출 경우 가계대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가계대출 규모가 저금리 속에 100조원 가까이 늘어난 상황이라는 부담이 작용했다. 최근 주식시장에 빚투 열풍이 일면서 가계대출이 불어나고 있는 점도 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과도한 (주식) 투자 확대”의 위험을 언급하며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 코로나 백신 공급 차질 등 충격이 발생하면 얼마든지 주가가 조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징후도 보인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64.03포인트(2.03%) 하락한 3085.90으로 마감했다. 증시가 2% 이상 급락한 것은 지난해 10월 30일(-2.56%) 이후 2개월여 만이다. ‘동학개미’ 투자가 주도해 온 상승세를 고려하면 단기적 하락으로만 보기가 쉽지 않다. 불과 2개월 전만 해도 2500선이었던 증시는 개인 투자자에 힘입어 순식간에 3000선을 넘어섰다.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는 한국 증시가 최고점에 가까워졌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최근 코스피 급등을 버블(거품)이라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주가 동향과 지표를 볼 때 상승 속도가 과거보다 대단히 빠르다. 너무 과속하면 작은 충격에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실물 경제와 금융 투자 양상은 뚜렷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표한 ‘1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실물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출 회복세가 내수까지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3차 확산과 거리두기 강화의 여파로 지난달 국내 카드 승인액은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 자금이 돌지 않는 상황이라 고용 시장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62만8000명이나 줄었다. 생계 수단인 일자리가 사라지는데 투자만 과열될 경우 급락장이 닥쳐오면 투자자들이 버티기 힘들어진다.

정부로서는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경기 회복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추가 재난지원금도 그 일환이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현 상황에선 선별 지원이 적절하다고 본다.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어려운 계층을 지원하는 것이 효과가 크고 경기 회복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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