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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K’, 한국 대중음악 자취 기록하는 특별한 방송

[한동윤의 뮤직플레이]

SBS 다큐음악쇼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는 국내 대중음악의 역사를 기록·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사진은 ‘한국형 발라드의 계보’ 편에 출연한 가수 백지영이 공연하는 모습. SBS 제공

볼만한 음악 예능이 새로 생겼다. 노래와 음악이 주를 이루지만 이 프로그램은 여느 음악 방송들처럼 가창을 결투로 즐기지 않는다. 또한 출연자들이 시시껄렁한 한담만 벌이는 것도 아니다. 성대한 퍼포먼스에 치중하지 않음에도 알찬 내용으로 보는 이를 몰입하게 한다. 이달 3일부터 매주 일요일 방송되는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이하 아카이브K)는 무척 특별하다.

제목에 들어간 단어 아카이브가 시사하듯 ‘아카이브K’는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과 유의미한 자료를 기록,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제작 기간은 무려 675일 걸렸고, 대중음악계 종사자 207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에 대한 인터뷰 시간만 총 1만5012분에 달한다고 한다. 출연하는 뮤지션은 121명, 방송에는 54개의 공연이 들어갈 예정이다. 가요 역사를 수집하고 갈무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인 데에다가 라이브 무대를 마련해 예능으로서의 재미도 챙겼다. 뮤지션들의 공연은 명곡을 소개하는 새 시대의 시청각 자료가 될 것이다.

1회와 2회는 ‘한국형 발라드의 계보’라는 제목으로 발라드를 다뤘다. MC 성시경을 비롯해 변진섭, 임창정, 김종국, 조성모, 백지영, 이수영 등 많은 발라드 히트곡을 보유한 가수들이 출연했다. 발라드 영역에서 뚜렷한 자취를 새긴 인물들이 자신의 노래나 활동, 당시 음악계의 상황 등을 얘기하니 옛날 일화와 장르의 동향이 생동감 있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여기에 히트곡들을 만든 작곡가, 대중음악 평론가의 인터뷰를 더해 현장감과 전문성도 더했다.

프로그램은 스튜디오 바깥에서도 가요 역사를 축적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아카이브K’는 대중음악과 IT 전문가들이 설립한 콘텐츠 제작 업체 ‘11018’과 협업해 이용자 참여형 한국 대중음악 아카이빙 사이트 ‘우리가요’를 운영 중이다. 누구든 자유롭게 문서를 작성, 수정하거나 자료를 올릴 수 있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대중음악의 소중한 순간들, 중요한 인물들에 대한 정보가 풍성하게 쌓일 듯하다.

공을 들인 프로그램이고 완성도 역시 높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1·2회에는 ‘명품 발라더’, ‘감성 발라더’ 같이 ‘발라더’라는 표현을 쓴 자막이 도합 40회 이상 나왔다. 출연한 가수들도 그 수만큼 본인이나 다른 발라드 가수를 발라더라고 일컬었다. 하지만 발라더는 ‘콩글리시’다. 발라드를 부르는 사람을 가리키는 정식 명칭은 ‘발라디어’(balladeer)다. 또한 노래의 후렴과 후렴 사이에 들어가 곡에 클라이맥스를 연출하는 구간인 ‘브리지’(bridge)의 외래어 표기도 ‘브릿지’로 적었다. 교양의 성격도 있으며, 음악적 정보도 중시하기에 호칭과 표기를 바르게 하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좀더 세심하게 신경 쓴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프로그램이 될 듯하다. 일단 우리 대중음악의 궤적을 되짚고, 귀중함을 알지 못한 채 간과했던 자료들을 취합해 보관소를 만들겠다는 취지만으로도 값지다. 한국 대중음악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번성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일에는 그동안 소홀했다. ‘아카이브K’가 우리 대중음악의 면면에 편하게 접근하고, 흐름을 쉽게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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