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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2천명 중 29명 사망… 화이자 백신 노르웨이 사태 딜레마

백신과 사망 인과관계 규명 안됐지만 구토·접종 부위 이상반응도 치명적
의사협 “고령 고위험군은 제한해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패서디나 소재 의료시설에서 15일(현지시간) 고령자가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는 16일 코로나19 확진자 수 100만명을 넘어선 미국의 첫 번째 카운티가 됐다. 신화연합뉴스

노르웨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사례가 잇따르자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심각한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자들에게는 열이나 메스꺼움 같은 경미한 이상 반응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정된 백신 물량을 감안하면 기대 수명이 짧은 환자들을 상대로 한 접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지만 환자의 자기선택권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7일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노르웨이에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고령자는 이날까지 29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75세 이상으로 심각한 기저질환을 앓는 상태였으며 백신을 맞은 이후 구토와 열, 메스꺼움, 접종 부위의 국소적인 이상 반응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르웨이에서 최소 1회의 접종을 받은 인구는 4만2000명으로 추산됐다.

노르웨이 보건 당국은 백신과 사망 간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았다면서도 쇠약한 기저질환자들에게는 경미한 부작용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동일한 사태가 한국에서도 현실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요양병원에 입소한 고령자들부터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과 사망의 인과관계가 없더라도 통계적으로 접종 후 사망자는 나올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사망할 확률이 높은 고령의 기저질환자들부터 접종을 시작하게 된다면 백신 접종의 첫 단추부터 어그러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자칫 지난해 말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과정에서 불거졌던 안전성 논란과 백신 불신이 또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는 무엇보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 고령 기저질환자 대상 접종을 활발히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4만2000명 중 29명이 사망했다면 환자와 보호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기엔 충분한 수치”라며 “안전성을 위해 접종을 늦게 시작한다고 밝힌 만큼 정부와 전문가들이 고령자 대상 접종의 위험성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4일 대정부 권고문에서 “고령자에서의 효능과 부작용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백신의 경우 고령의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신 접종의 기대효과와 비용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치명률을 낮추는 것이 목표인 만큼 치료가 불가능한 기저질환 등으로 기대수명이 짧은 환자들에게 백신의 효용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접종으로 얻는 이득이 위험보다 클 때 시행한다는 것이 일반적 원칙”이라며 “임종을 앞둔 말기 암환자 등은 의료진의 예진을 거쳐 접종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구나 요양병원 입소자 등 초고위험군은 이동량과 전파 가능성 모두 적어 한정된 물량을 이들에게 맞히는 것이 집단면역 달성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환자 본인의 의사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연명의료 포기 여부를 토대로 접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접종을 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도움이 될지, 사회적으로 이익일지, 국가적 비용과 효과까지도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윤리적 딜레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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