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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재검토 절실하다

김윤배 사이버외대 산업안전학과 교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법의 요지는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과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대표이사 등 기업 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해 엄벌한다는 것이다. 사망에 이르지 않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조물로 인한 사고, 다중이용업소와 대중교통수단에서의 사고도 동일하게 처벌한다.

이 법에 대해 노동계는 알맹이가 빠진 실효성 없는 ‘누더기 법’이라고 비난하고, 경영계는 사업주에 대해 과도한 처벌을 하는 ‘기업 죽이기 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실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잉 입법, 범죄구성요건 미비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산업재해 사망자가 노동자 10만명 가운데 10.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산재 후진국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2020명 가운데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42.3%인 855명이다. 그 가운데 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428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직업으로 인한 질병이 아니라 일터에서 일하다 사고로 죽어나가는 사람이 휴일 포함해 하루 2명이 넘는 위험한 사회를 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상에서 목도하는 건설 현장에서는 매일 1명 이상이 사고로 죽고 있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산재 사망 가운데 사고로 인한 것은 거의 없고, 직업성 암 등 질병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업계의 문제 제기 때문인지 아니면 준비 기간이 필요해서인지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시기를 공포 후 1년 뒤로 했다. 게다가 개인사업자, 근로자 50인 미만,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인 건설 현장은 멀찍이 3년 후로 적용 시기를 미뤘다. 근로자 5인 미만 업소에는 아예 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 하지만 법 적용 시기를 3년 후로 미룬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죽는 사람이 전체 사고 사망자의 80% 가까운 660명이나 되고, 그 가운데 5인 미만 업체의 사망자가 301명이나 된다. 영세 소규모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안전관리에 소홀하기 십상이어서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도 당장 문제 해결이 필요한 곳에 대해선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지 않거나 3년 후에나 적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영세 업소나 작은 건설 현장에서 빈발하는 사망 사고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못하면서, 대형 건설 현장이나 대규모 공장에서 어쩌다 발생한 사망 사고의 경우에만 언론에 대서특필될 전망이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사고가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현실을 타개할 시급성이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전관리 역량이 미흡한 소규모 업체의 현실에는 눈감을 수밖에 없는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만들어진 법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까.

문제는 엄벌주의로 현실이 일거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업안전 선진국인 영국에서도 산재가 획기적으로 줄어든 게 흔히 ‘기업살인법’으로 불리는 기업과실치사법(2003년)의 효과 때문이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1974년) 제정 이후 노·사·정, 특히 업계의 꾸준한 노력에 의한 결과라는 것이 현지 학계와 실무가들의 지배적인 평가다.

중대재해는 감정적 적대입법으로 예방되지 않는다. 법 시행이 급한 것도 아니다. 법이 시행되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면서도 의도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망 등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려면 실효성 있는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기존 법의 철저한 집행과 보완 조치가 우선적으로 할 일이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은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가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냉정하고 차분한 재검토가 절실하다.

김윤배 사이버외대 산업안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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