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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인플레 우려 시기상조”… 경기회복 방점 찍은 바이든표 부양책

증시는 시큰둥하지만…


연말연시 천장이라도 뚫을 것 같던 글로벌 증시가 살얼음판으로 변했다. 미국 민주당이 조지아주 상원 의원 선거로 상·하원을 모두 거머쥔 지난 6일이 기점이었다. 바이든의 1조9000억 달러 규모 추가 경기부양책 발표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작년 같았으면 호재로 작용했을 부양책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

금리에 민감해진 시장

채권 금리는 경기를 재는 온도계로 통한다. 실질 금리가 오르면 경기가 호전돼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긍정적 신호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재무부 채권 수익률이 최근 9개월 만에 0.5% 수준에서 1%대로 상승한 것도 경기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신호다. 경기가 호전되면 기업 매출이 증가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시장 컨센서스도 2분기 기저효과로 일시적 물가상승이 나타나더라도 지속적인 인플레 상승 위험은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기대 인플레 심리를 가늠하는 브레이크이븐레이트 상승분 0.42% 포인트 가운데 순수 기대인플레 상승 요인(0.12% 포인트)과 인플레위험 프리미엄(0.07% 포인트)이 0.19% 포인트로 아직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이를 위험신호로 인식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신용경색 등으로 광의통화(M2)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공격적인 양적 완화와 함께 긴급대출프로그램, 대출 연체 유예 등 신용지원 등으로 M2가 증가했다. 여기에다 경제활동 제한으로 가계저축이 늘고 주택과 주식 등 자산가치가 크게 상승하면서 소비 여력이 확대된 점이 인플레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팬데믹 여파에 따른 폐업 증가, 투자 부진 등으로 위축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물가 압박은 더 심해질 우려가 커졌다는 게 시장의 우려다.

또 금융위기 때와 달리 재정적자와 정부부채의 급증에도 불구, 국채금리가 명목성장률보다 낮아 적자재정이 지속 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는 최근 주어진 물가 및 금리구조하에서 국채 형태의 정부부채에 대한 시장의 흡수 여력 또는 의지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며, 정부가 부채의 화폐화를 남용하게 되면 결국 물가 급등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제금융센터는 “경기회복과 동반된 완만한 물가상승은 위험프리미엄의 추가 하락과 기업 이익증가 등으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를 강화시킬 요인이지만 예상치 못한 가파른 인플레는 금리상승 압력과 함께 재정·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제반 여건들이 어우러지면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 가동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공포감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연준에서 나오는 발언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에 따라 시장 참가자들이 일희일비하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

어찌 보면 인플레 자체보다는 지난해 3월 저점 이후 상승 랠리를 지속해온 주가 수준이 어느 정도 분기점에 다다랐음을 보내는 신호일 수도 있다.

인플레 우려보다 시급한 경기 회복

시장은 인플레 수준 자체보다는 연준의 태도가 바뀌는데 우려가 더 큰 듯하다. 금융위기 이후 시행한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과 이에 따른 시장 충격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실질금리의 절대 금리 수준이 매우 낮은 데다 정책적으로도 이를 유지해야 할 유인이 크기 때문에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게다가 연준은 인플레의 기저효과를 반영하지 않고 생산자원의 완전한 활용 시 나타나는 기조적인 인플레에 대응하는데, 이를 걱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한다.

현재 미국 내 모든 가용 자원을 다 투입한다 해도 기조적 인플레 우려 상황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으로, 소비가 폭발할 수 있는 총수요가 아직 부족하다는 얘기다. 최근 코로나 악화로 고용과 소비가 다시 악화하고 있음은 아직 안정적 성장을 위한 기반이 취약함을 보여준다. 인플레보다 경기회복이 더 시급한 이유다.

따라서 바이든의 1조9000억 달러 규모 추가 부양 패키지는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내정자의 이른바 ‘고압경제론’을 활용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고압경제론은 그가 연준의장 시절이던 2016년 10월 보스턴 연방은행 경제 콘퍼런스 연설에서 소개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수요가 크게 위축되거나 장기간 낮은 수준을 맴돌아 총공급에 지속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이력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제안했었다. 이력현상이 지속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구조적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강력한 부양정책으로 총수요를 잠재 수준보다 강하게 자극해 잠재성장률의 회복을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압경제의 핵심은 이력효과에서 벗어나기 위해 충분한 확장 재정정책으로 노동시장의 과열을 유발, 일정 기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고용시장 회복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수요창출 조건으로 꼽는다. 이런 의미에서 옐런의 고압경제론과 바이든의 경제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황수욱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 어젠다인 그린 뉴딜은 유효한 노동수요 창출로 단단한 노동시장을 조성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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