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코로나 잡무’… 막내 직원은 괴로워

배달음식 주문·재택근무표 작성… 새 지침 생길 때마다 떠맡아 ‘한숨’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씨(27·여)는 팀원들의 도시락 배달비를 부담한 지 한 달이 돼가고 있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회사에서 식사를 해결하라는 지침이 내려오면서 막내 직원 A씨는 팀원들에게 주문을 받고 지불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하지만 팀원들은 밥값만 보낼 뿐 배달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이 금액을 A씨가 고스란히 떠맡는 상황이다.

A씨는 18일 “많게는 4000원까지 나오는 배달비를 매번 내고 있다”며 “8명의 팀원에게 배달비를 나누자고 하기도 모호해 한두 번 내다보니 벌써 꽤 많은 금액이 지갑에서 빠져나갔다”고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로 직장 내 새로운 지침들이 생기면서 파생되는 ‘코로나 잡무’를 떠맡은 막내 직원들이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눈치만 볼 뿐 호소할 곳도 마땅치 않다.

A씨에겐 본인이 먼저 지불한 다음 팀원들한테 밥값을 받는 것도 스트레스다. A씨는 “매번 선결제한 뒤 상사한테 돈 달라고 말하는 일이 얼마나 괴로운지 아느냐”고 했다. 송금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A씨가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식사 후 잔반 처리가 일상이 된 막내 직원도 있다. 박모(28·여)씨는 “지난해부터 도시락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식사 후 상사들이 자리를 뜨면 막내들은 남은 음식을 모아 버린다. 박씨는 “상사들은 먹고 난 뒤 그대로 자리를 뜨는데 막내들만 눈치 보는 상황이 짜증 난다”고 답답해했다.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20대 이모씨는 팀원들의 재택근무표를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팀원들의 근무와 휴가를 고려해 재택 일정을 맞추고 이를 전달하는 일을 한 지 4개월째다. 이씨는 “정부 지침이 바뀌면 재택근무 비율도 바뀌어 급하게 수정하는 일도 다반사”라며 “이 일을 자연스레 계속 막내가 떠맡는 것 같아 서럽다”고 했다.

와중에 말단 직원들만 방역 지침을 엄격히 준수하라는 상사의 ‘내로남불’도 적지 않다. B씨(28·여)는 얼마 전 친한 동료가 직계가족상을 당했지만 몰래 장례식장에 찾아가야 했다. 상사가 “직원들을 대표해 가겠다”고 말하며 다른 직원들은 가지 못하게 눈치를 줬기 때문이다. 직전에 다른 상사의 가족상에 다 같이 애도를 표하자고 한 것과는 다른 행동이었다. B씨는 “방문기록도 남기지 못한 채 다녀왔다”며 “높으신 분들 가족이 돌아가시면 예를 갖춰야 하고, 말단 직원의 가족상은 상도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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