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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봐주기’ 비판 고려했나… 준법감시위 반전도 없었다

1년간 전폭 지원… 양형 반영 안돼
강일원 전 재판관 평가가 결정적
늘어난 뇌물액도 실형에 영향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18일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앞 태극기와 회사 깃발이 바람에 세차게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법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함에 따라 준법감시제도가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대법원에서 뇌물 액수가 높아졌는데 집행유예가 선고될 경우 ‘재벌 봐주기’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가 이날 양형에 반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앞서 재판부 당부로 설치됐다. 재판부는 2019년 10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재벌 체제 폐해 시정’ ‘과감한 혁신’을 당부했다. 삼성은 지난해 1월 준법감시위를 출범했다.

재판부의 당부가 이례적이었던 만큼 법조계에서는 준법감시위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재판부도 실효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 여부는 미국 연방법원의 양형 사유 중 하나라고 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재판부가 ‘이재용 봐주기’ 명분을 쌓는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강력 반발했었다.

삼성 측도 1년간 준법감시위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내심 집행유예 선고를 기대해 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법조계와 재계 예측과 달리 준법감시위가 양형 조건에 반영되지 않았다.

재판부의 판단에 외형적으로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의 준법감시위에 대한 평가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에 대한 법원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을 확인했다. 특검팀이 추천한 홍순탁 회계사는 미흡하다고 평가했지만 이 부회장 측이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는 긍정적이라고 봤다. 재판부가 지정한 강 전 재판관은 ‘선제적 예방활동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유보적인 평가를 내놨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준법감시위가 앞으로 발생할 새로운 위험에 대한 감시까지는 이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실상 강 전 재판관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대법원 판결을 감안할 때 집행유예 선고는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액수는 1심 89억원에서 2심 36억여원으로 줄었다. 액수가 줄면서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석방됐다. 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9년 8월 말 3마리 구입비를 포함한 86억여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뇌물 액수가 높아지면서 이 부회장의 양형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뇌물이 회삿돈으로 지급된 만큼 이 부회장의 횡령 액수도 86억원으로 인정됐다. 횡령액이 50억원이 넘을 경우 법정형은 최소 5년 이상이고 작량감경(정상참작감경)해도 최소 2년6개월 이상이 된다. 대법원 양형기준도 4~7년이 적용된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징역 3년 이하를 선고할 때만 가능하다. 앞서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고 판단했고 경영권 승계도 인정한 만큼 참작할 만한 양형 사유도 많지 않았다.

재판부가 권고한 준법감시위가 오히려 양형과 관련한 재판부의 운신의 폭을 줄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면 처음부터 짜고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었다”며 “재판부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취지였겠지만 준법감시제도가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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