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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만 했던 ‘코로나 공백기’… 메달이 당찬 목표

[가자! 도쿄로] ④ 세계 랭킹 10위 근대5종 강자 김선우

근대5종 국가대표 김선우가 지난해 2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국제근대5종경기연맹(UIPM) 월드컵 1차 대회 육상에서 트랙을 질주하고 있다. 대한근대5종연맹 제공

“산과 호숫가처럼 길이 있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달렸어요.”

한국 근대5종 국가대표 김선우(25·경기도청)에게 지난 봄은 잊을 수 없는 계절이다. 그해 3월 초 국제대회를 마치고 귀국 길에 해산한 대표팀은 해외발 바이러스의 확산세를 우려해 소집 일정을 기약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19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곧이어 들려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들.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가 결정됐고, 국가대표 훈련 시설이 줄지어 폐쇄됐다. 대표팀을 해산하고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올림픽만 바라보며 땀과 눈물을 쏟아온 4년의 훈련 기간을 1년이나 더 연장해야 한다니. 이보다 훈련할 곳도 찾을 수 없는 현실은 더 암담했다. 근대5종은 수영·육상·펜싱·승마·사격을 모두 소화하는 종목이다. 훈련에도 다섯 개의 시설이 필요하다. 대부분 폐쇄된 체육 시설을 한 곳도 찾기 어려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다섯 종목 훈련장을 모두 찾기란 불가능했다. 뿔뿔이 흩어진 근대5종 국가대표들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이나 각 소속팀 훈련장에서 개인 운동으로 훈련의 공백을 채웠다.

김선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았다. 결국 달리기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김선우는 산길, 호수 주변 산책로, 소속팀 숙소나 집 앞 공원처럼 길이 뚫린 곳을 찾아다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꺾였던 지난해 7월 국가대표 일부가 소집됐지만 코칭스태프와 선수 전원을 소집한 ‘완전체 대표팀’은 아니었다. 결국 훈련의 정상화는 국가대표 훈련 시설이 재개방된 지난해 11월에야 이뤄졌다.

김선우는 그 기나긴 공백기를 달리고, 또 달렸다. 지금은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에 마련한 근대5종 국가대표 훈련지에서 도쿄를 향한 질주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 결승선에 올림픽 메달이 기다리고 있을까. 김선우는 19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 본선 ‘톱10’의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지만, 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김선우는 현재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국군체육부대에서 숙식하며 훈련하고 있다. 부대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선수의 외출·외박은 물론이고, 가족을 포함한 외부인의 방문 금지를 조건으로 근대5종 대표팀의 훈련을 허용했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 선수와 대면은 불가하다. 김선우와 인터뷰도 전화통화로만 이뤄졌다.

김선우는 “지난달 3주가량의 휴가를 제외하면 주말 외출도 가로막혀 있다. 조금은 답답하기도 하지만, 달리기만 반복했던 지난 봄을 생각하면 이렇게 체계적으로 훈련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김선우는 중학생 수영 선수 출신이다. 경기도 과천중 3학년 때 수영이 포함된 철인3종으로 종목을 바꿨는데, 전국소년체육대회(소년체전) 단체전에서 입상할 만큼 두각을 나타냈다. 근대5종으로 전환한 시기는 다시 1년 뒤 경기체고로 진학하면서였다. 김선우는 “소년체전에 함께 출전했던 철인3종 동료 선수가 경기체고 근대5종 경기를 함께 관전하자고 제안해 동행했다. 경기장에서 본 근대5종 선수들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이 종목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근대5종은 힘든 운동이다. 하지만 이 종목을 택한 결정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좋다. 나에게 매우 잘 맞는 종목”이라고 했다.

김선우는 스무 살이던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국가대표로 출전해 14위로 완주했다. 학창시절에 수영 선수였지만 근대5종 선수로 김선우로 완성한 종목은 펜싱이었다. 2018년 국제근대5종경기연맹(UIPM) 월드컵 3차 대회에서 한국 여자 선수 사상 최초의 동메달을 획득했다. 같은 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3위로 입상해 국제 종합제전 메달을 손에 넣었다.

김선우는 국제근대5종경기연맹(UIPM) 월드컵 1차 대회 펜싱(위 사진)·승마(아래 사진)에서도 선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고 올림픽 본선행 가시권까지 다가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국제대회가 연달아 취소되며 올림픽 출전을 확정하지 못했다. 대한근대5종연맹 제공

김선우는 이제 근대5종 여자 세계 랭킹 10위의 강자로 성장했다. 1912 스톡홀름올림픽부터 시작된 근대5종의 109년 역사에서 꾸준하게 패권을 지켜 온 유럽의 강자들도 위협할 만하다. 현재 여자부 랭킹 1위는 프랑스의 엘로디 클루벨(32). 김선우는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대륙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에 있다. 아시아에서 김선우에게 대적할 경쟁자는 랭킹 16위인 일본의 타카미야 나츠미(30) 정도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

김선우가 여자부에서 승승장구하는 동안 남자부에서는 대표팀 주장 정진화(32)를 필두로 현 세대 남자부 간판인 전웅태·이지훈(이상 26세)이 ‘탈아시아급’ 활약을 펼쳐 한국 근대5종의 황금세대를 이루고 있다. 김선우는 이제 생애 두 번째 올림픽 도전에서 이들과 함께 한국의 사상 첫 메달을 조준하고 있다.

이런 목표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1년 가까이 중단된 국제대회를 재개해야 실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한 UIPM 월드컵 일부 대회는 여전히 정상적인 개최를 기대하기 어렵다. 올림픽 출전 길에는 여전히 코로나19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지만, 김선우는 지난 봄처럼 포기하지 않고 질주를 계속한다.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실력보다 높은 목표를 세워 달성하지 못했어요. 도쿄에서는 다를 것입니다. 지금은 국제대회가 열릴 것이라고, 올림픽도 개막할 것이라고 믿는 수밖에 없어요. 그 믿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훈련하다 보면 메달도 가능하지 않겠어요?”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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